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장은상 기자] KIA 고졸 루키 정동현이 일으킨 나비효과가 심상치 않다.
정동현은 지난 10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5피안타 1탈삼진 1볼넷 무실점 역투로 자신의 프로 데뷔 첫 승을 챙겼다.
단 한 경기일 뿐이지만 정동현의 호투가 팀에 미친 영향은 실로 방대하다. 먼저 홈 5연패 사슬을 끊어냈고 팀을 2연승 가도에 올려놨다.
개인기록으로는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까지 장식했다. KIA 고졸루키 투수가 선발승을 거둔 것은 지난 2002년 4월 9일 현대전 김진우 이후 처음이다. 무려 14년 만에 갱신된 기록이다.
정동현이 일으킨 바람은 경기 후 기록뿐만 아니라 KIA의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 연이은 호수비, ‘막내의 승리는 우리가 지킨다’
이날 정동현은 볼넷을 단 한 개만 허용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스트라이크존 좌우폭을 넓게 활용하며 삼성 타자들을 범타로 유도했다. 탈삼진 또한 볼넷과 마찬가지로 단 한 개만 기록한 상황. 철저하게 맞춰 잡는 플레이를 이어갔다. 이 상황에서 수비진의 도움은 무엇보다도 절실했다.‘형님’들은 막내의 프로데뷔 첫 승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1회초를 큰 위기 없이 넘긴 정동현은 2회초부터 수비진의 도움을 받았다. 2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김정혁이 3루수 쪽으로 강한타구를 날렸다. 좌익선상으로 빠지면 실점과 한께 2루타를 내주는 상황. 그러나 핫코너를 지키는 3루수 이범호는 타구가 외야로 빠져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강습 타구를 곧바로 캐치해 송구. 선행주자를 잡아내며 정동현의 어깨를 한 결 가볍게 했다.
외야에서도 호수비는 이어졌다. 역시 이번에도 2회초. 2아웃을 잡은 상태에서 상대 타자는 이지영. 이지영은 정동현의 3구를 힘껏 노려 쳤다. 그러나 타이밍을 빼앗긴 채 휘두른 스윙은 타구를 멀리 보내지 못했다. 타구는 우익수 오른쪽 관중석으로 바짝 붙어 이동해 파울플라이로 잡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익수 김주형이 파울라인을 넘어서까지 전력질주해 이내 공을 잡아냈다.
4회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2사 이후 상대 김정혁의 타석. 김정혁은 정동현의 2구를 받아 쳐 중견수 방향으로 향하는 안타성 타구를 만들었다. 이때 KIA 유격수 강한울이 김정혁의 안타를 빼앗았다. 강한울은 내야 한 가운데로 빠지는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해 주자를 처리했다. 위기를 벗어난 정동현은 이후 한 층 안정된 마음으로 다음 이닝을 준비했다.
▲ 살아나는 타선, ‘필-이범호 각각 투런포 작렬’
타선이 살아났다는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6월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브렛 필은 4회말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부활을 알렸다. 결국 이 홈런포는 결승타로 기록돼 정동현의 시즌 첫 승에 상당한 힘을 실어줬다.
이범호도 상승 기류를 탔다. 8회말 쐐기 투런포를 포함해 최근 3경기 연속 홈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중이다. 6월에만 타율 0.385를 기록하며 맹타를 뽐내고 있다.
이처럼 KIA는 지난 10일 경기에서 투타의 완벽한 조합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선수 개개인이 피나는 노력으로 만든 승리. 그 어떤 때보다도 승리에 대한 동기부여는 확실했다. ‘팀 막내의 프로데뷔 첫 승’을 지키기 위해 최고참부터 코칭스태프까지 한 마음으로 단결했다.
KIA가 다음 경기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 정동현의 투구는 이날 경기에서 큰 바람을 일으켰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고졸루키가 일으킨 나비효과. 과연 KIA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지 주목된다.
[정동현(위), 브렛필(아래 왼쪽) 이범호(아래 오른쪽)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및 KIA 타이거즈 구단 제공]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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