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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정말 차 부시려는 건 아니지?"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에서 봉만호는 아내에게 불륜과 임신 사실을 들킨 순간에도 새로 산 자동차가 망가질까 두려워 벌벌 떤다.
조강지처에겐 모진 말로 상처를 주면서 내연녀에게만큼은 초콜릿처럼 달콤한 게 바로 봉만호다. 발암 캐릭터로도 불리는 만호는 배우 장인섭의 실감 나는 연기가 실제 같은 혼동을 주며 수많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촬영 장소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한 어머님과 눈이 마주쳤어요. 정색을 하시더니 '저 나쁜 놈' 하고 소리치시는 거예요. 느낌이란 게 있잖아요. 무서워서 도망쳤죠. 또 한 번은 야외에서 미순을 괴롭히는 장면을 찍고 있었는데 '정신 차려 이놈아' 하고 욕을 하셨어요. 정말 무서웠답니다."
차분한 말본새에 웃음으로 가득했던 배우 장인섭은 분명 매력적인 사람이다. 다만 얼굴과 이름을 알리게 해 준 역할이 '천하의 나쁜 놈'이라서 본의 아니게 눈치를 보고 다닌다. 도입부에 언급한 "정말 차 부시려는 건 아니지?"는 스스로도 얼굴이 화끈거렸던 만호의 망언 중의 망언이란다.
"저도 대사를 뱉으면서 '나쁜 놈' 하고 속으로 얘기한 적 있어요. 연기하면서 '저렇게 살면 안 되는 거야' 하고 느끼기도 했죠. 댓글을 보면 대부분이 욕이에요. 그중에서도 '봉만호는 밉지만 장인섭은 파이팅' 이런 글을 보면 또 기분이 좋아져요. 인정해주신다는 소리니까요."
장인섭은 오디션을 통해 봉만호 역을 품에 안았다. 극 중 도드라지는 인물이라 중요도도 높았고 주말극 특성상 신인에게 이 역할을 쥐는 것도 제작진에겐 부담이 따르는 일이었다.
"막상 합격 소식을 들으니까 두려웠어요. 기대작품인 데다가 호흡도 길어서 피해를 주면 어쩌나 싶었죠. 그러면서도 언제 또 이런 작품을 만날까 싶어 마음을 굳혔어요. 여전히 제 연기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시무룩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잦지만 그래도 욕은 더 많이 먹었으면 좋겠네요."
장인섭은 2013년 영화로 데뷔해 본격 이름을 알린 '가화만사성'을 만나기까지 3년여 동안 20여 편 안팎의 작품을 거쳤다. 신인치곤 꽤 많은 경험인데 다작에 욕심을 낸 건 아니고 일이 연속적으로 찾아와 그렇게 됐다. 연기 인정도 받았고 소위 '운빨'도 좋았다. 앞으로는 가급적 빨리 악역을 맡고 싶다.
"봉만호와는 다른 성질의 나쁜 놈이요. 영화 '추적자' 하정우 선배님의 연기 같은.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의 대부분이 악역이었고 지금도 욕을 많이 먹고 있지만 비축된 힘을 해소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장인섭은 "최고의 모습을 아직 못 보여준 것 같다"며 남은 20부 동안 "최선을 다해 욕을 먹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 배우 장인섭, MBC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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