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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시야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 따로 있는 것 같다. 그는 10백에 가까웠던 체코의 밀집수비를 사실상 혼자 힘으로 뚫어냈다. 덕분에 스페인은 경기 막판 극적인 결승골로 무승부를 승리로 바꿨다. 예상대로 스페인은 높은 점유율로 경기를 지배했다. 반면 체코는 수비라인을 내리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승리보단 무승부에 초점을 맞춘 듯 했다. 체코도 기회는 있었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물론 내용만으론 스페인의 승리가 합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증명했듯 내용과 결과가 항상 일치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이 이길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니에스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발 명단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한국전과 비교해 5명이 바뀌었다. 이케르 카시야스 대신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고 다비드 데 헤아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세르히오 라모스, 호르디 알바, 후안 프란,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선발로 나섰다.
파벨 브르바 감독은 4-2-3-1로 맞섰다. 하지만 한국전과 비교해 훨씬 수비적인 성향이 강했다. 토마시 로시츠키는 ‘3’의 가운데가 아닌 ‘2’의 사이로 내려왔다. 그로인해 포메이션은 4-5-1-에 더 가까웠다. 여기에 풀백 자원인 게브레 셀라시를 전진 배치해 더블 풀백 전략을 사용했다. 놀리토의 침투와 알바의 오버래핑에 대한 견제였다. 심지어 원톱 토마스 네시드도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왔다.
#전반전
체코가 경기 시작 5분까지 세트피스로 스페인을 괴롭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페인이 패스로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 20분까지 스페인은 무려 135개의 패스를 성공했다. 그 사이 체코는 단 41개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큼 두 팀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골이 나오지 않았다. 스페인은 결정력이 부족했고 체코는 페트르 체흐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스페인은 전반에만 9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골문 안으로 향한 건 단 2개에 불과했다. 공격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한 체코도 유효슈팅 1개에 그쳤다.
#체코
앞에서 언급했듯이 체코는 수비라인을 내리고 전방 압박을 하지 않았다. 대신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의 간격을 좁혀 패스가 들어가는 길목을 사전에 차단했다. 문제는 공격이다. 지나치게 라인이 내려가면서 체코는 역습시 상대진영까지 이동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일단 공격 숫자가 적었고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로시츠키가 수비에 집중하면서 네시드는 항상 2명 이상에게 둘러 쌓였다.
물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체코는 세트피스를 적극 활용했다. 후반 20분 찬스가 가장 아쉬웠다. 코너킥 상황에서 셀라시의 헤딩이 스페인 골문 안으로 향했지만 파브레가스가 걷어내면서 반대편에 있던 파벨 카데라벡에게 연결되지 못했다.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파브레가스는 독일의 제롬 보아텡처럼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교체
경기가 풀리지 않자 델 보스케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냈다. 알바로 모라타 대신 아리츠 아두리스를, 파브레가스 대신 티아고 알칸타라를 투입했다. 아두리스가 들어가면서 롱볼 횟수가 늘었고 티아고는 파브레가스보다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다. 이어 마지막 카드로 놀리토를 빼고 페드로 로드리게스를 내보냈다. 드리블러를 통해 체코 수비를 벌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효과는 없었다. 선수는 바뀌었지만 포메이션은 그대로였다. 체코가 막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승부를 가른 건 결국 이니에스타였다. 그는 경기 내내 수비를 겹겹이 쌓은 체코의 버스주차 사이에서 빈틈을 찾아냈다. 기록이 이니에스타의 활약을 말해준다. 93개의 패스를 시도해 85개를 성공했다. 91.4%의 엄청난 성공률이다. 심지어 이니에스타는 탈압박에도 일가견이 있다. 1대1 돌파 성공률은 100%였다. 또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 기회를 창출(5차례)했다. 스페인이 시도한 거의 모든 슈팅이 이니에스타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이처럼 체코는 이니에스타를 제어하는데 실패했다. 이는 압박과도 관련이 있다. 체코는 수비를 내렸지만 압박의 강도는 약했다. 덕분에 이니에스타는 자유롭게 전진할 수 있었다.
헤라르드 피케의 헤딩 결승골도 이니에스타가 만들었다. 코너킥 이후 재개된 공격에서 이니에스타의 크로스를 피케가 머리로 밀어 넣었다. 체코로선 실점 이전에 셀라시를 빼고 요세프 슈랄을 투입한 것이 아쉽다. 보통 세트피스 상황에서 선수가 바뀔 경우 사전에 약속이 되어도 마킹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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