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연극 ‘킬 미 나우’는 선천성 장애로 평생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성인이 되고 싶은 17세 아들 조이와 아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헌신했지만 더 이상은 그럴 수 없는 아버지 제이크가 겪는 갈등을 그리는 작품. 그런 만큼 각 인물들의 관계가 중요하게 그려진다.
특히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 제이크 역을 맡은 배수빈은 조이와의 관계, 제이크의 여동생이자 조이의 고모로 두 사람을 보살피는 트와일라 역을 맡은 이진희는 라우디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했다. 이들의 상징인 오리 인형, 아이스크림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배수빈은 오리 인형에 대해 “오리 인형은 제이크와 조이의 어떤 상징성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며 “제이크가 처음 아이를 욕조에 넣고 오리를 띄웠을 때 그 마음들이 느껴진다. 오리 인형을 통해 제이크가 그 마음을 붙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이크는 오리 인형을 보고 이 아이를 케어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분명히 있어요. 저도 아이가 있기 때문에 제가 제 아이를 처음 씻길 때 그런 떨림들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분명히 제이크도 다 있다고 확신을 했죠. 조이가 그렇게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그 욕조에 그 오리를 넣는 것은 제이크의 뚝심이기도 하지만 ‘강으로 흘러가기 전까지 내 품에 있을 때는 너는 나의 오리다. 넌 내가 계속 케어할 거야’라는 상징적인 의미이기도 해요. ‘난 좋은데’, ‘내가 더 좋아했어’ 이런 대사들이 울컥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죠. 아버지가 되어 보면 정확히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부모가 어떻게 키웠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해보기 전까진 잘 몰라요. 부모 역시 내가 아이를 우주처럼 지켜줘야 할 것 같고요. 그에 대한 상징적인 오브제죠.”(배수빈)
이진희는 라우디와의 관계에 대해 “다른건 모르겠고 항상 철없이 행동해서 무시하던 라우디가 ‘누나, 행복해도 돼요’라고 한마디 하는 순간 트와일라는 정말 와르르 무너진다”며 “라우디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마음을 열 수 있을까? 라우디였기 때문에 가능하다. 내 상황을 다 알고 있고 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라우디와 먹는 아이스크림에는 되게 단순하게 접근했어요. 그 전에 술 마시고 최근에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이 아이스크림 한통 먹었던 일이라고 하잖아요. 그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는게 트와일라의 기분이 좋아지게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던 거예요. 이미 거기서 트와일라는 라우디를 보는 눈 자체가 바뀌어요. 너무 감동이에요. 트와일라한테는 정말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런 위안을 받고요. 심경적으로 불안하고 끊임없이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처럼 똑같이 나타나서 위로해주는 사람이 라우디에요.”(이진희)
배수빈은 이진희가 트와일라와 라우디의 공원 신을 이야기 하자 “그 신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진희 역시 “연습 때 옆에서 아빠 미소를 짓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이진희 배우 연기하는 거 보면 재밌어요. 잘 하니까. 자꾸 보지 말라고 하는데 계속 보고 싶어요. 술 취한 연기도 그래요. 술도 안 마시는데 어떻게 그렇게 만취 연기를 잘 하는지.(웃음) 공연 신은 신이 너무 예쁘니까 아빠 미소 짓고 보게 되더라고요. 진짜 그 아이스크림이 저는 두 사람의 탈출구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라우디를 따라가다 보면 너무 슬픈 부분들이 많기도 하고요.”(배수빈)
“라우디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대사들이 곱씹어 보면 슬픈 대사가 많죠. 듣고 있으면 울컥할 때가 많아요. 연습 때 라우디 역 (문)성일이랑 진짜 대화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 상대 배우랑 얘기를 많이 한적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이 했어요. 그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성일이가 라우디가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자신이 없을 정도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이진희)
옆에서 이진희 말을 듣고 있떤 배수빈은 “성일이가 너한테 도움 많이 받았을 거야”라고 말했다. 이내 “저도 진희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라고 고백했다.
“제가 옛날과 달리 요즘엔 대사를 잘 못 외워요. 근데 그럴 때마다 진희가 난데없이 와서 툭 대사를 던지며 맞춰주니까 어느 순간 외워져 있더라고요. 진희의 진짜 큰 장점은 상대 배우를 정말 편하게 해준다는 거예요.”(배수빈)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주는 이진희와 함께 하니 배수빈 역시 편해졌다. 연습 때는 진짜 친동생처럼 느껴지는 이진희에게 유독 짜증을 많이 내며 심적으로 기댔을 정도. 이진희는 “‘왜 나한테만 이래’ 한적도 있다”고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배수빈과 이진희 사이엔 보이지 않지만 끈끈한 무언가가 있었다.
배수빈은 “더 편하니까 더 리얼하게 진희가 다가왔던 것 같다”며 “그 상황에서 남을 배려한다기보다는 가족이니까 진짜 더 솔직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트와일라가 진희였어서 더 그렇게 대했나보다”고 털어놨다.
“제이크가 트와일라에게 더 솔직한 모습을 보이잖아요. ‘내가 너를 이만큼 키웠고’ 이런 마음도 있고요. 항상 그런 것들이 있으니까 그게 쌓여서 마지막에 조금 트와일라한테 애증의 관계들이 더 응축 돼서 표현 되는 것 같아요. 짜증이 더 심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고요. 근데 그렇게 연기 하다 보면 몰입하게 되고 정말 울컥할 때가 너무 많아요. 사실 매일 동선도 다르고 맨날 ‘오빠’ 부르는 것도 다 달라요. 매번 슬픈 지점들도 다 다르고 터지는 지점도 다르죠. 막 참고 있다가 갑자기 훅 들어오면 그 땐 정말 난감해요. ‘아, 걸렸어!’ 이럴 정도예요.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매번 다르게 들어와요.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들이 여러번 하다 보면 참지 못할 정도로 훅 들어올 때가 있죠.”(배수빈)
배수빈과 이진희는 트와일라의 “오빠. 싫어. 싫어”라는 대사를 꼽았다. 이진희는 “그 대사가 사실 바뀐 대사인데 보자마자 (눈물이) 터졌다”고 고백했고, 배수빈 역시 “어떻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눈물이) 터지는 대사”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극 중 배역으로서 서로의 배역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제이크 배수빈은 트와일라 이진희에게 “할 말은 극에서 다 했다. 사실은 너무 맞는 이야기인데”라고 운을 뗀 뒤 “넌 너무 오래 걱정했으니까 이제 너도 좀 행복해질 필요가 있어. 행복해져도 돼”라고 말했다.
트와일라 이진희는 제이크 배수빈에게 “제이크의 책에서도 계속 얘기하는 게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가장 완벽한 존재라는 것인데 이 안에서 제이크의 마음과 태도들이 다 읽히고 보인다”고 설명한 뒤 “마지막에 오빠가 그런 선택을 하지만 오빠한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오빠야 말로 가장 완벽한 아빠야”라고 전했다.
이진희의 말에 배수빈은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감동 받은 배수빈 모습에 이진희 또한 눈물을 참았다. 역시 ‘킬 미 나우’ 속에서 ‘힐 미 나우’를 외치는 이들 다웠다.
“‘킬 미 나우’는 진짜 너무 아파요. 자기를 위한 게 아니라는 것 때문에 더 아프죠. 남이 행복한 게 내가 행복하다는 게 너무나 절절히 느껴져서 아파요.”(배수빈)
“맞아요. 차라리 내가 아프면 괜찮은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더 아픈거예요.”(이진희)
“그런 마음들이 잘 전달 되면 좋겠어요.”(배수빈)
마지막으로 배수빈, 이진희에게 대놓고 서로에 대한 칭찬을 해달라고 했다. 배수빈은 “사실 이진희 배우를 좋아한다. 고백이다”고 입을 열었다.
“이진희 배우에게 되게 신뢰감이 있어요. 뭐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친구죠. 상대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연기를 하더라도 되게 편안한데 진희 배우와 하면 그런 게 있어요. ‘프라이드’ 때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번에도 묻어갈 수 있지 않을까 했죠.(웃음) 무대 위에서 만났을 때 너무 믿음직스러운 배우예요. 이진희 배우 정말 신뢰하는 배우고 언제라도 함께 하고 싶어요. 어떤 작품이든 같이 하면 좋은 작품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신뢰감이 있는 동생이자 배우랍니다.”(배수빈)
“(배)수빈 오빠는 무조건 친오빠 같았어요. 모르겠어요. 그냥 사람 배수빈을 너무 좋아해요. 팬이죠. 저는 무대 위에서 만나는 것도 너무 좋지만 무대 뒤에서도 되게 많이 찾아요. ‘빠바 어디 갔어’. ‘밥먹으러 가자’, ‘놀려고 왔어. 오빠랑’이라고 해요. 오빠가 들어오면 딱 기분 좋아지는 게 있거든요. 같이 일하고 작품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고 밖에서도 오래 오래 많이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이진희)
연극 ‘킬 미 나우’. 공연시간 130분. 제이크 이석준 배수빈, 조이 윤나무 오종혁, 로빈 이지현, 트와일라 이진희, 라우디 문성일. 오는 7월 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문의 연극열전 02-766-6007.
[연극 ‘킬 미 나우’ 배수빈, 이진희. 사진 = 연극열전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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