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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나를 길들여줘." 프랑스의 대문호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문장이다. 노희경 작가는 이를 70대 늙은이들의 시선에서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17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문정아(나문희)의 이혼 요구에 눈물을 펑펑 쏟는 김석균(신구)의 뼈저린 외침이었다.
"어떻게 더 기냐. 내가 그 애한테 어떻게 더 기어. 문정아 년 나쁜년이야. 날 저 아니면 꼼짝 못하게 길들여 놓고선, 우리 엄마한텐 평생 다 해줄 것처럼 해놓고선. 내가 말이야. 그냥 집에 들어오라고 한 거 아니라고. 이거 다 주면서 다 줬는데도 말이지, 그게 싫단다. 이까짓 거 다 쓸 데 없대. 그러면서 잠만 잔다. 그게 진짜 날 버리고 저 혼자 떠나 버렸어."
길들여진다는 것. 석균은 정아에게 길들여져 있었다. 정아에게 구박과 욕설을 일삼고 매번 남성우월주의적인 말을 해댄 그였지만, 석균의 삶은 정아에게 길들여져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정아 때문에 아기처럼 울었다. 독설하고 악담을 하던 석균이 그렇게 울어버릴 줄은 몰랐다. 진짜 사랑의 상실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일방적이고 고집불통인 소통 속에서 정아는 석균의 곁을 지켜왔다.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살아왔다. 정아의 마음이 변하게 된 것은 엄마의 죽음을 보면서였다. 정아는 자기 식구들만 챙기며 돈돈 거리는 석균이 싫었다. 그리고 엄마의 유언대로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부모 다음 형제면, 형제랑 살면 되겠네. 우리 엄마가 나도 좀 맘 좀 편하게 살래. 그래서 집 나왔다. 나 사는 게 힘들어서 우리 엄마 요양원에 보내고 바닷가에서 죽였지만은 그거 하난 내가 지켜줄거야. 너만 효자냐? 나도 효녀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우리가 볼 수 있었던 사랑은 20대의 설레는 사랑이거나, 삼각 또는 사각 관계의 애타는 것이었다. 그러나 70대 노인들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사랑은 '길들여지는 것'이었다. 노희경 작가는 세상의 풍파를 다 거쳐 내일 모레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노인들의 무르익은 사랑을 아주 깊고 진하게 풀어냈다.
어디에서 이런 사랑의 정의를 만날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노희경 작가는 뭔가 다른 사랑 이야기를 아주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 = tvN '디마프' 방송화면 캡처]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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