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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스페인이 이번 대회 처음으로 3골을 넣으며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무엇보다 알바로 모라타와 마누엘 놀리토가 득점포를 가동하며 최전방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 하지만 상대성도 고려해야 한다. 터키는 이도 저도 아닌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무너졌다. 그들은 스페인이 잘하는 것을 제어하지 못했다. 놀리토와 호르디 알바로 이뤄진 스페인의 좌측면을 너무 쉽게 열어줬고, 공격의 시발점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에 대한 압박도 실패했다. 스페인이 어떻게 3골을 넣었는지 복기해보자.
#선발 명단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체코전과 같은 베스트11이 가동됐다. 포메이션은 4-3-3이었다. 하지만 다비드 실바가 중앙으로 들어오고 놀리토가 중앙으로 침투할 때는, 왼쪽으로 치우친 4-4-2 같기도 했다.
페티흐 테림 감독은 최전방에 부락 일마즈를 세우고 좌우 측면에 하칸 찰하노글루와 아르다 투란을 배치했다. 4-3-3보다는 4-5-1 포메이션에 더 가까웠다.
#하나. 놀리토&알바
스페인 공격은 대부분 왼쪽에서 이뤄졌다. 실제 기록에서도 왼쪽(45%)이 오른쪽(22%)보다 두 배 가까이 공격 비율이 높았다. 놀리토는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다비드 비야와 비슷한 롤을 수행했다. 왼쪽 측면에서 상대 풀백과 센터백 사이로 침투했다. 스페인의 두 번째 득점이 바로 그렇게 나왔다. 물론 개인 돌파에선 재미를 보지 못했다. 5차례 일대일 대결에서 성공률은 20%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놀리토는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과 날카로운 크로스로 모라타의 첫 골을 돕고 스스로 추가골을 터트렸다.
알바의 오버래핑도 중요했다. 알바가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면서 터키 오른쪽 풀백 괴칸 고눌의 시선을 유도했다. 그로인해 놀리토가 좀 더 쉽게 안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알바는 스페인에서 5번째 많은 볼터치를 했다. 알바의 전진이 터키에 균열을 만들었다.
#둘. 하칸 찰하노글루
터키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는 손흥민의 옛 동료인 찰하노글루였다. 특히 수비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다. 측면에서 알바를 쫓아야할지, 고눌을 도와 놀리토를 저지할지 헛갈리는 모습이었다. 포지셔닝의 문제이기도 했다. 앞에 있는 상대를 쫓다가 뒤로 돌아가는 상대를 놓쳤다. 공간을 지키지 않고 공만 쫓았기 때문이다. 첫 실점 장면을 보자. 전반 34분 찰하노글루는 놀리토의 크로스를 2m 앞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곧바로 모라타의 헤딩골이 터졌다. 전반 39분 두 번째 실점도 찰하노글루가 놀리토를 놓쳤다. 중앙으로 이동한 놀리토가 모라타에게 공을 패스하고 안으로 침투했다. 공은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로빙패스와 메멧 토팔의 머리를 맞고 놀리토에게 전달됐다. 놀리토 침투에 대한 책임은 터키의 우측에 선 찰하노글루와 고눌이었다. 찰하노글루는 놀리토를 쫓다 멈췄고 고눌은 측면에 넓게 선 알바를 신경 쓰다 뒷공간 커버가 늦었다. 테림 감독이 하프타임에 가장 먼저 찰하노글루를 빼 건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터키는 전체적으로 수비적인 압박의 강도가 약했다. 또한 찰하노글루 혹은 고눌처럼 공간을 지키는 수비적인 포지셔닝도 아쉬웠다. 유럽에서 가장 수비 조직이 좋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전성기를 보낸 투란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셋.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스페인의 ‘마법사’ 이니에스타는 또 한 번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99개의 패스 중 93개를 성공했다. 패스성공률은 93.9%다. 체코전 91.4%보다 높은 수치다. 경기 내내 이니에스타가 실수한 건 6번 밖에 되지 않았다. 경기장을 3등분 했을 때 터키의 수비지역인 어택킹서드(Attacking Third)에서도 39개의 패스를 성공했다. 그리고 3번의 득점 기회를 창출했고, 그 중 하나는 모라타의 쐐기골로 이어졌다.
체코와 터키 모두 수비라인을 내리고 스페인을 상대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이니에스타를 압박하는데 실패했다. 이니에스타의 발 끝에서 가장 많은 키패스(key pass)가 나왔다. 바르셀로나 출신의 이니에스타는 좁은 공간에서도 빈 틈을 찾아내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 라인을 내리는 건 좋지만 압박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상대는 이니에스타다.
#후반전
테림 감독은 찰하노글루 대신 도르트문트의 미드필더 누리 사힌을 투입했다. 그리고 오잔 투판을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익숙지 않는 변화는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3분 모라타의 멀티골 장면에서 중앙에 선 사힌은 이니에스타를 너무 자유롭게 뒀다. 그리고 찰하노글루 자리에 선 투판도 뒤로 돌아들어가는 알바를 쫓지 못했다. 리플레이 결과 오프사이드였지만, 교체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전반부터 계속된 터키의 약점이 다시 드러난 장면이다. 이후 경기는 양 팀의 연속된 교체로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승리를 확신한 델 보스케 감독은 실바, 파브레가스, 알바에게 휴식을 줬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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