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가 볼배합을 잘해야 한다."
KIA 김기태 감독은 18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이홍구가 덕아웃을 지나가자 "홍구, 좋았어"라고 칭찬했다. 17일 에이스 양현종과의 배터리 호흡을 칭찬한 것이었다. 양현종은 그날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챙겼다.
그러나 이홍구는 "현종이 형이 잘 던진 것이다"라고 했다. 양현종의 호투는 자신의 리드와 볼배합과는 별개로 양현종이 좋은 컨디션 속에서 자기실력을 발휘했을 뿐이라는 게 이홍구의 생각. 반면 이홍구는 최근 불펜투수들의 난조에는 "내가 볼배합을 더 잘해야 한다. 불펜투수들이 못 던지면 내가 못 한 것"이라고 했다.
▲이타적 마인드
KIA는 포수진이 썩 강하지 않다. 이홍구, 백용환이 주로 1군에서 출장기회를 양분한다. 이홍구는 장충고, 단국대를 졸업하고 2013년에 입단한 4년차 포수. 지난해 115경기에 출전했지만, 아직 1군에서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은 건 아니다.
그런데 이홍구가 인상적인 건 철저한 이타적 마인드와 희생정신이다. 그는 "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대신 투수들을 챙기는 데 집중하겠다는 생각. 의례적으로 내놓은 말일 수는 있다. 그러나 투수들을 이끄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홍구는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 양현종과 아직은 정상급과는 거리가 있는 불펜 투수들을 비교했다. "현종이 형은 공격적인 투수다. 공격적인 피칭을 유도한 게 잘 통했다. 초반에 1~2점을 내준 뒤 2~3회가 되면 힘이 붙고 오히려 좋아지는 스타일이긴 하다. 초반 투구수 관리만 잘하면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종이 형이 잘 던진 건 말 그대로 현종이 형이 잘했기 때문"라고 했다.
대신 불펜투수들을 두고서는 "기복이 있다"라고 평가한 뒤 "불펜 투수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구위가 좋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몸쪽으로 볼배합을 한다. 그만큼 내가 (구종, 코스 등) 선택을 잘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인상적인 건 "경기 전에는 선발투수와 얘기를 많이 해야 하니 이닝 중간에 얘기를 한다 불펜 투수가 못 던지면 내 책임이다"라고 말한 부분. 그만큼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마인드가 돋보인다. 자신을 희생하고 투수들을 치켜세우는 이타적 마인드다.
▲적절한 욕심
물론 이홍구도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포수는 타격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솔직히 안타 1개 정도 치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투수리드도 저 잘 되고 흥이 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타격에 대한 그의 철학은 명확하다. 이홍구는 "큰 것 한 방보다는 정확성 위주의 타격을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타석에서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편안한 마음으로 치는 게 큰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그는 37경기서 85타수 28안타, 타율 0.329 3홈런 12타점으로 괜찮은 성적.
이홍구는 "볼넷보다는 안타를 쳐서 타석에 나가는 게 좋다"라면서도 "볼넷을 좀 더 골라내면 타율 관리도 되고, 출루율도 높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꼭 한 방을 치지 못해도 팀 공헌도를 높이는 타격을 하고 싶다는 의지다.
KIA는 힘겨운 6월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이홍구처럼 기본적으로 이타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욕심을 내는 선수가 있기에 희망이 있다. 지금 이홍구는 투수를 보좌하는 포수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면서 팀 공헌도를 높이기 위한 욕심을 적절히 내며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바람직한 자세다.
[이홍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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