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황금세대’로 불리는 벨기에를 보면 선수를 어디에, 어떻게 두는 게 왜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지난 이탈리아전에서 마크 빌모츠 감독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선수 배치로 비판을 받았다. 중앙에서 빛나는 케빈 데 브루잉은 측면에 서 있었고, 패스보다 헤딩을 잘하는 마루앙 펠라이니에게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겼다. 또 전문 풀백 없이 4명의 센터백으로 포백 라인을 구성했다. 그리고 이는 0-2 패배로 이어졌다. (참고: [안경남의 풋볼뷰] 아주리 스리백에 빛 잃은 황금세대)
다행히 빌모츠 감독은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이탈리아전 패배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격한 언쟁을 펼쳤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서로의 의견을 공유한 뒤 작전을 수정했다.
변화는 크게 3가지였다. ①케빈 데 브루잉이 측면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했고, ②마루앙 펠라이니 대신 무사 뎀벨레가 나섰다. ③마지막으로 전문 풀백 토마스 메우니에가 선발 출전했다. 효과는 있었다. 제자리를 찾은 벨기에는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 명단
앞서 언급했듯이 빌모츠 감독은 이탈리아전과 비교해 3명을 바꿨다. 펠라이니, 라자 나잉골란, 로랑 시망 대신 야닉 카라스코, 뎀벨레, 메우니에가 선택됐다. 포메이션도 4-3-3에서 4-2-3-1로 전환됐다.
마틴 오닐 감독은 최전방에 셰인 롱을 세우고 그 뒤에 웨슬리 훌라한을 배치했다. 반면 스웨덴전에 출전했던 조나단 월터스는 벤치로 내려왔다. 포메이션은 4-4-1-1이었다.
#케빈 데 브루잉
데 브루잉에게 가장 어울리는 포지션은 공격 2선의 가운데다. 볼프스부르크 시절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유럽 정상급 플레이메이커로 성장했다. 기본적으로 데 브루잉은 공간이 많을 때 더 빛나는 스타일이다. 이날 데 브루잉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7번의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로멜루 루카쿠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물론 여전히 실수도 많았다. 특히 전반처럼 상대가 수비라인을 내리고 밀집수비를 구축했을 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플레이 특성상 지공 때보다 역습일 때 더 위협적이었다.
#무사 뎀벨레
이탈리아전에서 벨기에는 3명의 비슷한 박스투박스(box-to-box) 미드필더를 배치해 효율적인 경기 운영에 실패했다. 반면 뎀벨레는 기존의 펠라이니, 나잉골란, 악셀 비첼과는 다른 옵션을 제공했다. 토트넘 미드필더는 공을 가지고 앞으로 전진하는데 능하다. 측면 윙어로도 설 만큼 드리블을 잘하고 상대의 공을 빼앗는 능력도 뛰어나다. 기록이 말해준다. 패스성공률은 무려 100%였고, 드리블도 3번 성공했다. 슈팅으로 이어진 키패스도 1차례였다. 또 5차례 공을 되찾았다. 뎀벨레가 부상으로 빠진 뒤 2골이 더 나왔지만 공을 소유하고 풀어가는데 있어 ‘비첼-나잉골란’보다 ‘비첼-뎀벨레’ 조합이 더 효과적이었다.
#토마스 메우니에
이탈리아전에서 벨기에는 좌우 측면에 센터백인 얀 베르통헌과 시망을 배치해 측면 윙어가 고립되는 현상을 겪었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의 전진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 수비를 분산시킬 뿐 아니라 윙어와의 간격을 좁혀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메우니에의 가세로 벨기에는 이탈리아전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그는 시망보다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고 공격적인 크로스로 비첼의 헤딩 추가골을 이끌기도 했다.
당초 메우니에는 빌모츠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 부상으로 제외된 뱅상 콤파니가 있었다면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우측 풀백을 맡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전 맹활약으로 빌모츠 감독의 생각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풀백 부재에 골머리를 앓았던 벨기에에겐 긍정적인 신호다.
#카운터어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기에는 전반 득점에 실패했다. 데 브루잉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양한 공격이 전개됐지만 밀집 수비를 뚫기에는 정교함이 떨어졌다. 후반에 2골을 넣은 루카쿠도 전반에는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에당 아자르도 마찬가지였다.
굳게 닫혀있던 아일랜드 골문은 카운터어택에 의해 열렸다. 기회는 후반 3분 아일랜드 세트피스에서 시작됐다. 아일랜드 수비가 전진한 상태에서 벨기에가 공을 끊어냈고 루카쿠의 패스를 받은 데 브루잉이 개인 돌파로 측면을 허문 뒤 다시 루카쿠에게 완벽한 패스를 제공했다. 후반 25분 세 번째 쐐기골도 비슷했다. 공격 숫자를 늘린 아일랜드가 전체적인 라인을 올렸고 그 과정에서 공을 빼앗겼다. 그리고 벨기에는 아자르의 빠른 돌파와 루카쿠의 마무리로 3-0을 만들었다.
확실히 벨기에는 카운터어택이 날카로웠다. 루카쿠, 아자르, 데 브루잉 심지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카라스코까지 역습 상황에서 공간을 향해 뛰는 움직임이 더 돋보였다. 어쩌면 벨기에는 비슷한 팀과 만나는 8강 이상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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