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올해 상반기는 거장 감독의 성공적 귀환이라 부를 만하다. 이미 이름이 브랜드가 된 박찬욱 감독과 단 두 작품만으로 주목받는 감독이 된 나홍진 감독이 나란히 신작을 공개해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박찬욱 감독은 7년 만의 국내 복귀작 ‘아가씨’로 관객을 매혹시켰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아가씨’를 본 관객들이라면 빼 놓지 않고 언급하는 것이 빼어난 미장센. 아가씨 역을 맡은 김민희의 연기도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한 인물의 양면성을 정확히 포착하고 스크린으로 옮겨낸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 또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아가씨’는 4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지난 2012년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 이후 단 한 작품도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해 위기설이 돌았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의 열기도 뜨거웠다. ‘아가씨’는 전 세계 175개국에 판매되며 한국영화 최다 국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로 흥행 또한 거머쥐었는데, 지난 19일 기준 ‘친절한 금자씨’의 누적관객수 365만명을 뛰어 넘으며 박찬욱 감독이 선보인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최고 스코어를 달성했다.
나홍진 감독은 자신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6년 만의 신작인 ‘곡성’으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영화 팬들을 현혹시켰다. ‘곡성’은 영화가 베일을 벗기 전부터 잘빠진 영화가 나왔다는 입소문이 돌았던 작품으로, 기대치가 높았지만 이 기대에 완전히 부합하며 나홍진 감독을 젊은 거장 반열에 올렸다. 뿐만 아니라 전작 ‘황해’의 흥행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며 7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 중이다.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일반적으로 큰 흥행을 거둔 작품들은 소위 말하는 ‘흥행 코드’들로 한껏 점철돼 있기 마련인데 ‘곡성’은 이런 코드와 전혀 상관없는 샤머니즘, 오컬트, 기독교 등을 녹여냈다. 그럼에도 600만명을 훌쩍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잘 만든 영화라면 굳이 흥행 코드들을 억지로 끼워넣지 않아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더불어 여러 장르 소재를 혼합해 이처럼 몰입감 있게 끌고 갔다는 점만으로도 벌써부터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케 했다.
‘곡성’이 더욱 주목 받은 건 해석의 다양성이다. ‘곡성’이 관객들의 입소문을 더욱 타게 된 것도 이 이유에서다. 여러 의문을 던지는 영화인만큼 관객들이 스스로 해석본과 정리본을 공유하며 ‘곡성’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명쾌한 답이 된 해석도, 감독의 생각과 달리 관객 스스로 짐작한 해석도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대사가 유행어가 되는가 하면, 수많은 패러디들이 탄생하며 스크린 밖에서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곡성’은 한국 뿐 아니라 해외 관객마저 현혹시키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떨쳤다. 프랑스 대표 양대 영화 전문 비평지인 카이에 뒤 시네마의 뱅상 말로자가 “‘곡성’은 올해의 영화”, 메트로뉴스의 메디 오마이스와 제롬 베르믈렝이 각각 “2016년 칸 영화제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걸작” “도대체 ‘곡성’이 왜 경쟁부문에 안 올라갔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르 주르날 뒤 디망슈의 스테파니 벨페쉬가 “넋이 나갈 만큼 좋다”라고 평하는 등 전세계 영화인들의 극찬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과 나홍진 감독(오른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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