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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부터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위성우호는 FIBA 칼럼니스트들의 예상대로 리우올림픽 티켓을 따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맥 없이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농구 팬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성공적인 세대교체 가능성, 대형센터 박지수의 성장, 한국형 스몰볼의 가능성을 남긴 최종예선이었다.
여자농구대표팀의 리우올림픽 도전은 막을 내렸다. 남자대표팀은 지난해 장사 아시아선수권대회 6위로 일찌감치 리우올림픽 도전에 실패했다. 결국 한국농구는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남녀동반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
이대로 넘어가도 좋을까. 한 농구관계자는 "위성우호가 남긴 감동은 늘 그랬듯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 감동, 지속적으로 느끼려면 박수만 치고 있어선 안 된다. 지금부터 4년 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전임감독제가 끝이 아니다
최근 남자대표팀은 허재 감독을 전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허 감독은 2019년 FIBA 중국 월드컵 홈&어웨이 예선이 끝나는 2019년 2월까지 대표팀을 맡는다. 대표팀은 7월 중으로 소집, 9월 이란에서 열리는 FIBA 아시아챌린지컵을 준비한다.
이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대표팀 운영의 체계성을 확립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일찌감치 2020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해외 전지훈련 혹은 평가전을 통해 젊은 대표팀의 역량을 끌어올렸다. 특히 일본 남자농구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서 4위를 차지한 건 우연이 아니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지적.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대로 가면 남자농구가 일본에 추월 당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걱정했다. 심지어 일찌감치 젊은 귀화선수들을 받아들이고, 장신자 발굴에 앞장선 일본 여자농구는 2013년 방콕, 2015년 우한 아시아선수권대회 2연패로 아시아 최강을 넘어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일본은 FIBA의 권고로 지난해 각 농구단체를 통합하면서 대표팀 운영의 체계성이 강화됐다.
일단 여자대표팀 전임감독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자농구도 2019년부터는 아시아선수권대회 홈&어웨이 시스템 도입이 유력하다. 이미 4년연속 대표팀을 겸임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에게 더 이상 부담을 안겨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 다음 대표팀 운영의 체계성, 연속성, 비전을 그려야 한다.
끊임없이 지적되는 농구협회 예산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8~9월 탄생하는 통합 농구협회 수장의 리더십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심지어 몇몇 관계자들은 "우리도 일본처럼 농구협회, KBL, WKBL이 통합해야 대표팀 운영을 체계화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하자
한 관계자는 "일본은 이미 세계정상권으로 가기 위한 100년 계획이 세워졌다"라고 했다. 그만큼 일본농구의 방향제시, 즉 비전이 명확하다. 그러나 한국농구는 비전이 없다. 위성우호가 감동을 안겼지만, 다음에 언제 어떻게 어떤 멤버구성으로 대표팀이 구성되느냐에 따라 체질은 또 변질될지 알 수 없다.
남자농구는 2014년 스페인월드컵에서 수비농구의 한계, 개개인의 운동능력과 테크닉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2년 뒤, 대표팀 운영 시스템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장기적인 목표가 없다 보니 대표팀의 운영 방향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잡고 대표팀을 성장시키는 동안, 한국 남녀농구는 정체됐다.
비전과 방향제시가 명확해지면, 대표팀 운영 시스템을 그에 맞게 정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리우올림픽 도전이 끝난 지금이 적기다. 4년 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성인 대표팀 운영계획을 잡고, 각 연령별 대표팀 시스템까지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자대표팀 최종예선 선전만으로도 얻은 게 있었다. 세계 최고의 12개국이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얻을 수 있는 건 훨씬 더 많다.
현재 남자대표팀 전임감독제는 2019년 중국월드컵을 겨냥한 시스템이다. FIBA는 남자월드컵 참가국을 늘리고, 축구 월드컵처럼 노출빈도를 높일 계획이다. 꼭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할 필요도 없다. 월드컵을 겨냥할 것이라면, 그에 맞는 세부적인 계획을 잘 세우면 된다. 여자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인재난이 남자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 남자대표팀처럼 전임감독 시스템부터 만들고, 현실적인 비전을 세워야 한다. 특히 WKBL의 유망주 발굴시스템에 농구협회의 계획성이 효율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현실은 말 뿐이라는 게 서글프다. 한 관계자는 "지금 국내에서 대표팀 운영을 가장 체계적으로 하는 구기종목은 축구다. 농구협회가 축구협회 만한 여력이 없는 건 이해하지만, 농구인들이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더 안타깝다. 심지어 몇몇 원로 농구인들은 여전히 KBL, WKBL에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한다"라고 했다.
남자농구는 1996년 애틀란타 대회 이후 20년째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 오랫동안 올림픽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 보니 올림픽 미출전에 무감각해진 분위기가 팽배하다. 여자농구는 이제 2회 연속 실패인데, 횟수가 쌓이면 역시 무감각해질 수 있다. 한국농구의 올림픽 출전 실패는 수치다. 올림픽 미출전을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한국농구의 추락은 계속될 것이다.
[위성우호.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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