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힘이 달리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임한다."
KIA 서동욱은 19일 잠실 LG전서 5-4로 앞선 6회초 2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1B서 LG 신승현의 2구 143km 패스트볼을 통타, 우중간을 넘기는 비거리 125m 만루홈런을 때렸다. 생애 두 번째 만루홈런. 그 한 방으로 KIA는 6월 첫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서동욱은 김기태 감독의 2016시즌 구상에 없는 전력이었다. 그러나 4월 6일. KIA는 넥센으로부터 서동욱을 무상으로 영입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KIA가 아닌, 서동욱의 야구인생을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LG, 넥센을 거쳐 11년만에 돌아온 친정. 11년 전보다 지금 서동욱의 팀 내 비중이 훨씬 높다. LG, 넥센에선 이 포지션, 저 포지션을 오가는 백업 신세였다. 그러나 33세에 친정에서 주전 2루수로 맹활약 중이다. 50경기서 타율 0.288 8홈런 30타점 26득점. 김기태 감독은 내,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서동욱을 2루수로 기용, 수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타격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한다.
▲2번으로 쓰고 싶은데
서동욱은 올 시즌 6번 타순에서 75타수 22안타 타율 0.293 4홈런 19타점, 2번 타순에서 21타수 4안타 타율 0.190이다. 김기태 감독은 서동욱을 주로 6번으로 기용한다. 그러나 때로는 2번으로도 기용한다.
김기태 감독은 최근 "동욱이가 2번타자로 가장 어울린다. 그러나 동욱이가 2번을 치면 마땅한 6번타자가 없다"라고 말했다. 2번에서의 성적이 6번보다 좋지 않은데 2번이 어울린다고 한 건 서동욱의 타격 성향과 김 감독의 지향점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서동욱은 애버리지가 높은 타자는 아니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이 0.240이었다. 그러나 일발장타력과 클러치능력을 갖고 있다. 올 시즌 장타율 0.493은 본인의 생애 최고 기록. 홈런(8개)은 이미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타점(30개) 역시 2011년(37개)을 넘어 커리어하이를 다시 쓸 가능성이 크다. 물론 매 경기 주전 2루수로 뛰면서 안정적인 출전기회를 잡고 있는 게 결정적이다. 그러나 서동욱도 득점권타율 0.351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드러낸다.
그런데 김 감독도 "강한 2번을 선호한다. 2번 타자가 희생번트를 대는 것보다 강공을 하는 걸 선호한다"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을 갖춘 서동욱은 2번 타자로도 어울린다. 다만, KIA 현실상 서동욱이 6번으로 뛰는 게 마침맞은 건 사실이다. KIA는 김주찬, 이범호, 브렛 필이 클린업트리오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6번타자는 없다. 나지완이 있지만, 득점권(0.193)에서 약하고 기복이 있다. 어쨌든 서동욱으로선 김 감독이 2번 혹은 6번을 놓고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뜻 깊다. 김 감독으로부터 간판타자로 인정을 받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풀타임 성적은
2003년 데뷔한 서동욱은 2011년(112경기), 2012년(103경기), 2013년(104경기)을 제외하고 100경기 이상 뛴 시즌이 없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이미 50경기에 출전했다. 2011년을 넘어 최소 120~130경기에 출전할 페이스.
풀타임 주전 경험이 사실상 처음인 서동욱에겐 체력이 최대 관건이다. 스스로도 "요즘 힘이 조금 달린다"라고 했다. 그래도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11년만에 잡은 주전기회를 다른 선수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다. 당장 9월 안치홍과 김선빈이 제대하면 서동욱의 주전 롱런은 장담할 수 없다. 결국 8~9월까지 주전 멤버로서의 꾸준함과 내구성을 입증해야 한다.
서동욱은 "박흥식 타격코치님이 많은 도움을 주신다. 타석에서 생각을 많이 하지 마라고 하셨다. 어차피 모든 코스를 다 칠 수 있는 게 아니니 칠 수 있는 코스에만 집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애버리지가 높은 스타일이 아닌 만큼, 굳이 타율에 신경쓰기보다 자신이 안타 혹은 장타로 연결할 수 있는 코스를 놓치지 않는 게 현명하다. 그랜드슬램 역시 실투를 놓치지 않은 결과였다.
서동욱은 "솔직히 나도 2번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6번에서 하다보니 또 잘 맞는다.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잘 해보겠다"라고 했다. KIA로선 굴러온 복덩이다. 서동욱의 풀타임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서동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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