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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웨일스는 결코 원맨팀이 아니다. 11명의 선수가 함께 뛴다. 우리는 하나가 돼 최선을 다한다. 하나가 되어 공격하고 하나가 되어 수비한다. 공을 잃었을 때는 모두가 함께 싸운다” – 가레스 베일 -
혹자는 웨일스(Wales)를 베일스(Bales)라 부른다. 레알 마드리드의 ‘작은형’ 가레스 베일이 가진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애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베일은 유로 예선에서 웨일스가 터트린 11골 중 7골을 책임졌다. 본선에서도 베일의 원맨쇼는 계속됐다. 조별리그 3경기 연속골로 58년 만에 유로 무대를 밟은 웨일스를 16강으로 이끌었다. 베일의 원맨팀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웨일스를 베일의 팀이라 단정하기엔 포지션 곳곳에 숨은 고수가 너무도 많다. 전천후 미드필더 아론 램지는 ‘슈퍼(Super)’했던 옛 기량을 재현했고, 스완지시티 시절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주목 받았던 조 앨런은 환상적인 스루패스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또한 수비에선 ‘캡틴’ 애슐리 윌리엄스가 완벽에 가까운 디펜스 조율로 무실점에 기여했다. 적어도, 웨일스의 베일은 ‘큰형’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외롭지 않다.
#선발 명단
크리스 콜먼 감독은 매 경기 다른 스트라이커를 기용하고 있다. 조지 윌리엄스(vs슬로바키아), 할 롭슨-카누(vs 잉글랜드)에 이어 샘 보크스가 러시아전 베일의 파트너로 선택됐다. 아마도 콜먼 감독은 피지컬과 높이에 강한 러시아 센터백을 상대로 186cm, 90kg의 탄탄한 체격을 갖춘 보크스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실제로 보크스는 공격지역에서 가장 많은 공중볼(7개)을 따냈다.
레오니드 슬러츠키 감독은 이전과는 다른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주로 교체로 출전했던 파벨 마마예프, 로만 시로코프, 데니스 글루샤코프가 선발로 나섰다. 또 디미트리 캄바로프가 왼쪽 풀백을 맡았다.
#러시아의 무리수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러시아의 무리수가 경기를 망쳤다. 공격과 수비가 따로 놀았다. 앞으로 올라간 2선은 내려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좌우 풀백도 수비를 잊은 듯 했다. 결국 러시아는 많은 공간을 허용했고 발이 느린 CSKA모스크바의 두 센터백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와 바실리 베르주츠키는 웨일스의 2선에 침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러시아는 잉글랜드와 첫 경기에서 미드필더와 포백(back four:4인수비) 사이의 간격을 좁게 유지하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은 중원과 수비가 분리됐다. 가장 큰 이유는 좌우 풀백이 지나치게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기 때문이다. 좌우 풀백의 공격 빈도가 높을 경우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센터백과 풀백 사이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 (지난 시즌 토트넘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풀백이 전진할 때 수비형 미드필더도 올라갔다. 이그나셰비치와 베르주츠크에겐 잔인한 경기였다.
#아론 램지
러시아전 최고의 선수는 램지였다. 선제골을 터트렸고 베일의 쐐기골을 도왔다. 4개의 슈팅 중 2개가 골문으로 향했고 1개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패스성공률은 84.1%였고 개인돌파는 6번 중 4번 성공했다. 램지는 베일과 함께 웨일스에서 가장 자유로운 선수다. 3-4-1-2의 ‘1’에서 전후좌우로 폭넓게 움직인다. 단짝 베일과의 콤비네이션도 훌륭했다. 베일과 13차례 패스를 주고 받았다. 그 중 2개는 결정적인 슈팅까지 연결됐다. 수비도 잘한다. 무려 15차례나 상대 골을 탈취했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다. 헌데, 러시아는 이런 램지를 제어하는데 실패했다. 심지어 러시아의 홀딩 미드필더 글루샤코프는 램지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램지가 살아날수록 베일이 강해진다.
#애슐리 윌리엄스
어린 시절 잉글랜드를 응원했던 윌리엄스는 이제 웨일스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웨일스 스리백(back three:3인수비) 혹은 파이브백의 중심에 선 윌리엄스는 수비지역에서 13차례의 클리어를 기록했다. 그 중 8개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이뤄졌고 10개가 머리로 막아낸 수비였다. 이처럼 윌리엄스에 막힌 러시아는 웨일스 박스 안으로 공을 집어 넣지 못했다. 전반 29분 유일했던 찬스도 웨인 헤네시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가레스 베일
동료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베일은 러시아 골문을 수 차례 두드렸다. 가장 많은 8개 슈팅을 퍼부었고 6개가 유효슈팅으로 이어졌다. 특히 개인 대결에서 러시아를 압도했다. 10차례 1대1 돌파 중 8번을 성공했다. 그 중 6번은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였다. 그리고 베일은 공수 간격이 벌어진 러시아의 약점을 잘 이용했다. 미드필더 지역으로 내려와 공을 잡거나 사이드로 이동해 패스를 기다렸다. 러시아가 뒤늦게 베일을 압박할 때는 다른 선수에게 공간이 생겼다. 전반 20분 닐 테일러가 그랬다. 베일에게 5명이 쏠리면서 테일러가 무인지경에서 추가골을 넣었다.
웨일스는 베일의 원맨팀이 아니다. 그럼에도 베일이 웨일스에게 매우 중요한 선수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베일이 말했듯이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웨일스가 베일에 의존하듯, 베일도 동료들에게 의지하고 있다. 웨일스가 이번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인 이유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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