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글쎄 잘 모르겠는데요."
두산은 특이하면서도 기분 좋은 기록 하나를 갖고 있다. 화요일 전승이다. 21일 잠실 KT전서 승리, 올 시즌 화요일에 치른 11경기 모두 이겼다. 작년 정규시즌 마지막 화요일 게임 승리(9월 22일 부산 롯데전)까지 포함하면 화요일에만 12연승. 14일 광주 KIA전부터 역대 화요일 최다연승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실 특정요일 강세와 팀 순위는 큰 상관관계는 없다. 팀 전력이 강하든 약하든 특정요일에는 강할 수도 있고, 반대로 유독 특정 요일에만 경기가 꼬일 수도 있다. 올 시즌 선두를 질주 중인 두산도 알고 보면 수~일요일에도 두루 강하다.
그래도 시즌 중반부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특정요일에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두산은 왜 화요일만 되면 본래 강한 전력이 더 강해질까. 이미 김태형 감독에게 몇 차례 질문을 던졌으나 "글쎄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두산 내부적으로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 분명한 건 두산을 비롯한 10개 구단 모든 선수가 특정요일을 의식하고 경기를 치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감과 편안함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엇비슷한 기술과 전력을 갖고 있다면, 멘탈을 잘 다스리는 선수와 팀이 강자로 군림한다는 의미. 그런 점에서 두산의 화요일 불패행진은 의미가 있다. 화요일 승리가 선수 개개인의 멘탈에, 나아가 팀에 미치는 좋은 영향이 의외로 크다. 올 시즌 두산의 화요일 전승 원인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화요일 전승 이후 팀 자체가 탄력을 받는 건 분명하다.
김태형 감독은 "화요일은 3연전 첫 게임이다. 아무래도 첫 게임을 이기면 나머지 2게임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라고 했다. 실제 감독들은 3연전 첫 게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전력이 엇비슷할 경우 첫 게임을 잡는 팀이 결국 위닝시리즈를 챙기는 경우가 많다. 주말 3연전 역시 금요일 경기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게 야구관계자들 설명.
일단 3연전의 첫 게임을 이겼다는 안도감이 자신감을 조성, 나머지 2경기도 편안하게 풀어갈 수 있다. 실제 두산은 수요일에도 8승3패로 좋다. 그렇게 화요일과 수요일 경기를 연거푸 잡으면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상황서 부담 없이 목요일 게임에 임할 수 있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나서면 더 잘 풀리는 경우가 있다. 두산은 지난 3~4일 SK와의 주말 홈 3연전 중 1~2차전을 모두 잡았다. 김 감독은 5일 주전타자 4명을 빼고 라인업을 작성했다. SK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안규영을 투입, 부담 없이 임했다. 그러나 결과는 잇몸들의 맹활약, 7-0 완승이었다. 그 결과 올 시즌 두산은 3연전 루징시리즈가 단 2회(5월 6~8일 잠실 롯데전 3연패, 5월 31일~6월 2일 창원 NC전 1승2패)에 불과하다. 이러니 팀이 잘 나갈 수밖에 없다. 화요일 전승의 나비효과다.
▲실질적 이득
현장 지도자, 관계자들은 심리적인 측면 외에도 실제 화요일 승리가 갖는 이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통상적으로 감독들은 화요일 경기에 불펜 투수들을 많이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6연전의 시작이기 때문에 최대한 아끼려고 한다. 실제 화요일 선발투수가 이닝을 길게 끌어준 뒤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이기면 그 주의 팀 마운드 운용은 수월해진다.
반대로 화요일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6연전 첫 경기서 불펜 소모가 커지면서 한 주의 마운드 운용이 꼬일 수 있다. 결국 주 후반으로 갈수록 전력 활용 폭이 좁아지고, 패배 확률이 높아진다. 그나마 선발이 일찍 무너지더라도 화요일에 이기면 데미지가 덜한데, 패배로 시작할 경우 팀 전체적으로 흐름이 가라앉는다.
두산은 21일 잠실 KT전서 12-1로 크게 이겼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감기증세로 6이닝 퍼펙트에 만족했다.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서 니퍼트에게 무리하게 7회를 소화시킬 이유는 없었다. 이현호, 안규영, 고원준이 각 1이닝씩 소화하면서 필승계투조 정재훈, 이현승을 아꼈다. 결국 두산은 화요일을 산뜻하게 시작하면서 또 다시 최상의 한 주를 암시했다. 심리적으로 편안해지고, 실전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덕분에 팀 케미스트리가 더 좋아지면 두산으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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