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까.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자회견에는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첫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된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날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최근 부산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해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존폐 위기가 불거진 시발점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시 측은 영화제가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않길 원했지만 영화제 측은 상영을 강행했다. 이 일을 계기로 갈등이 폭발했으며 이용관 전임 집행위원장이 사실상 해촉되고 영화인들이 반발, 사실상 영화인들이 모두 소속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이 보이콧을 선언하기까지 이르렀다. 이후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아 온 조직위원장이 민간에 이양,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위촉되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이런 만큼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조직위원장 모두 영화제의 독립성, 자율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또 이를 위한 정관개정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신임 민간 조직위원장으로서 ▲지원은 받되 간섭은 받지 않는다 ▲작품 선정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정관개정을 빠른 시일 내 완료한다 ▲ 영화계의 여러 의견을 수렴해 개선, 혁신시켜 나간다는 4가지 원칙을 밝혔다. 이와 함께 원활한 영화제 진행을 위해 빠르면 7월 말까지 정관 개정을 끝마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김동호 위원장은 영화제의 위기가 촉발된 계기가 독립성·자율성의 침해에서 비롯된 만큼 프로그래머의 고유 권한을 조직위원장 조차 침해할 수 없도록 못 박겠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역시 영화 상영의 자유와 맥을 같이 한다며 이런 사항들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절대 안 될 리가 없다"며 정관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인 김동호 위원장은 "지금까지 정관개정은 부산 시장이 주도했지만 민간인 조직위원장으로 권한이 넘어왔기 때문에 (정관 개정이) 안 될 수가 없다"고 확신했다.
비대위의 영화제 보이콧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동호 위원장은 보이콧 철회를 위해서는 영화인들에게 명분이 필요하다며 잘못한 점이 있다면 전임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을 대신해 자신이 사과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김동호 조직위원장 위촉이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가 가능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제를 개최하지 않고 영화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강조한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김동호 위원장님을 다시 모시게 됐다"며 "기필코 영화제를 지키겠다. 어렵게 민간 조직위원장의 시대를 열었는데 여기서 좌초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비대위의 보이콧 선언으로 한국 영화 없는 영화제가 개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 이와 관련해 강수연 위원장은 "한국 영화 없는 국적 없는 영화제로 만들 수 없다. 국내 영화인들이 아직 올해 영화제 불참 선언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에 힘을 보태기 위함으로 본다. 빠른 시일 내에 정관 개정을 이루고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적 어려움과 준비할 시간이 촉박한 만큼 올해 영화제는 예년들과 비교해 축소된다. 반면 내실을 다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강수연 위원장은 "올해 영화제는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부대행사가 불가피하게 축소되는 일이 있겠지만 프로그램만은 지키겠다. 영화 선정 만큼은 어떠한 타협도 양보도 없이 하겠다. 지난 2년 간의 노력으로 표현의 자유를 지킨 사례로 전 세계에 선보일 것"이라며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켜내고 앞으로도 이 원칙들을 지켜낼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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