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상파울루 안경남 기자] 손흥민(24,토트넘홋스퍼), 석현준(25,포르투),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누비게 될 신태용호 공격 라인은 축구 팬들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화력은 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약해질 수도 있다. ‘전략가’ 신태용 감독에게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스웨덴과의 최종 모의고사서 공격진은 합격점을 받았다. 석현준이 벤치에 앉고 손흥민이 합류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3골을 터트렸다. 원톱으로 출전한 황희찬은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고 문창진(2골), 류승우(1골)가 골맛을 봤다. 그럼에도 신태용은 손흥민이 가세하면 공격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일본과의 올림픽 예선 결승전에서 2-3으로 역전패를 당한 뒤 그는 본선에서 수비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머릿속은 공격으로 가득 차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손흥민이다. 그는 호주에서 치른 소속팀 토트넘의 프리시즌을 소화한 뒤 지난 1일 가장 늦게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했다. 토트넘에서 꾸준히 몸을 만들었지만 동생들과 한 번도 발을 맞춘 적이 없다. 그래서 그가 어느 위치에서 뛸지도 알 수 없다. 상대팀에겐 혼란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도 호흡에서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손흥민 없이 피지전을 치르겠다고 공헌한 것도 그 때문이다.
포지션은 4-2-3-1 전술에서 ‘3’의 왼쪽 윙포워드가 유력하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 발탁을 선언한 뒤 “손흥민은 공격 전지역에서 뛸 수 있는 자원이다. 하지만 가장 익숙한 왼쪽에서 뛰게 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왼쪽 날개는 손흥민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장 기대하는 건 역습에서의 속도다. 레버쿠젠과 토트넘에서 뛰면서 손흥민은 역습에 최적화된 선수로 진화했다. 신태용은 “손흥민이 들어오면 파괴력이 더 좋아질 것이다. 특히 발 빠른 손흥민의 가세로 역습에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골 결정력도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고 했다. 손흥민도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2년 전 브라질에서의 눈물이 생각났다. 그때와 지금의 나는 다른 선수다. 이전보다 훨씬 발전됐다고 생각한다”고 주먹을 불끈쥐었다.
다만, 손흥민이 가세할 경우 기존의 공격 2선 중 누군가는 벤치로 내려가야 한다. 희생이 불가피하단 얘기다. 직접적인 경쟁자는 레버쿠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류승우다. 상황에 따라선 류승우가 중앙이나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문창진 혹은 권창훈 중 한 명이 빠질 수도 있다.
석현준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맡을 전망이다. 신태용이 석현준을 발탁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태용은 “석현준에게 전방에서 몸으로 강하게 부딪혀 싸우라고 주문했다. 강한 피지컬과 제공권을 갖췄기 때문에 상대와의 대결에서 잘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태용 감독은 석현준이 체코전에서 보여준 플레이를 보고 와일드카드 발탁을 결정했다. 당시 석현준은 세계적인 골키퍼 페트르 체흐를 상대로 멋진 골을 기록했다.
문제는 컨디션이다. 앞서 이라크와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해 부상을 당했다. 현지 병원 검사 결과 가벼운 타박상으로 알려졌지만, 한창 몸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컨디션이 한 풀 꺾인 상태다.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도 교체로 나왔지만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었다. 피지전까지 원하는 몸 상태를 만들지 못할 경우 황희찬이 선발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가장 준비가 잘 된 선수는 황희찬이다. 소속팀 잘츠부르크의 유럽축구연맹(UEFA) 2차 예선 엔트리 제외로 예정보다 하루 일찍 브라질 현지에 도착한 황희찬은 빠르게 팀 적응을 마쳤다. 이미 올림픽 예선을 치르면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어 호흡에 문제가 없다. 여기에 지난 시즌 부상으로 다소 주춤했던 컨디션도 100%에 가깝게 올라왔다.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와 스피드가 되살아났다. 스웨덴전서 감각적인 돌파로 문창진의 추가골을 이끈 장면이 대표적이다.
선택은 신태용 감독의 몫이다.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할 경우 최전방에 1명의 공격수만 세울 수 있다. 석현준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컨디션이 가장 좋은 황희찬을 벤치로 내리기도 쉽지 않다. 반면 최전방에 2명의 공격수를 배치한 다이아몬드 4-4-2를 쓴다면 석현준과 황희찬의 동시 기용도 가능하다. 특히 피지처럼 수비에 무게를 두는 팀을 상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신태용은 “석현준과 황희찬을 동시에 쓸 수도 있다. 다양한 공격 조합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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