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의 8월 행보는 어떨까.
두산은 7월 9승12패에 그쳤다. 6차례의 3연전 중 위닝시리즈는 단 1차례였다. 나머지 5차례 모두 1승2패 루징시리즈. 믿었던 타선과 선발진이 삐걱거렸다. 6월부터 흔들린 정재훈과 이현승의 불안한 투구도 계속됐다. 두 사람을 제외한 불펜의 힘은 여전히 리그 평균 수준이었다.
페넌트레이스는 장기레이스다. 야구는 사이클이 있다. 선수 개개인이 매일 잘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전반기가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되는 7월은 체력, 집중력이 떨어지고 잔부상이 극대화되는 시기다.
아무리 잘 나가는 팀이라도 고비는 찾아온다. 과거 SK나 삼성도 잘 나가다 팀 전체 사이클이 저점을 찍기도 했다. 7월 두산이 딱 그랬다. 시즌 초반 다수의 선수가 상승곡선을 그렸던 것처럼, 7월에는 다수의 선수가 하강곡선을 그렸다. 팀 성적이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감독의 7월 인내심
인상적인 건 김태형 감독의 대처다. 김 감독은 2년차 사령탑 답지 않게 침착하다. 위기에서 조바심을 내는 법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내세운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일단 핵심 선수들에게 믿음을 보낸다. 구체적으로는 경기 전 준비 루틴부터 훈련 밀도, 심지어 타격폼까지 철저히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한다. 예를 들어 체력이 떨어진 주전 야수가 있다면 경기 전 훈련량을 줄이는 걸 자율에 맡긴다. 테이크백이 짧은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의 타격폼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에반스의 개성과 경험을 존중했고, 시즌 초반 부진을 인내했다. 그러자 에반스는 5월 초 2군행을 겪은 뒤 대폭발했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적절히 변화를 준다. 거창한 건 아니다. 주전들을 절대 무리시키지 않고, 아픈 선수들에겐 충분히 휴식을 준다. 물론 부진이 장기화되는 선수가 있거나 특정 파트의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과감하게 변화를 준다.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어낸다. 예를 들어 5선발 허준혁의 1군 제외와 대체자 안규영의 기용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충분히 기다렸고, 조심스럽게 변화를 모색한 케이스다.
김 감독이 선수 스스로 최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선수들도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경쟁력을 그라운드에서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팀 사이클이 떨어진 7월에도 선수단을 운용하는 큰 틀에서의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한 야구관계자는 "그게 진짜 대단한 것"이라고 김 감독을 칭찬했다.
▲8월 결실로 이어질까
김 감독은 7월 초순 타격 집단슬럼프 현상에 "체력도 조금 떨어졌고, 잔 부상이 있는 선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정확한 판단이었다. 아픈 선수들을 적절히 쉬게하면서 선수 기용폭을 조금 넓히고 훈련량을 조절하자 두산 타자들은 7월 말부터 눈에 띄게 살아났다. 무리했던 선수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페이스가 다시 올라오는 모양새. 사구 후유중으로 1군에서 빠진 양의지도 곧 돌아온다.
중요한 건 마운드다. 선발진 부진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마이클 보우덴은 노히터 후유증에선 완벽히 벗어났다. 유희관과 장원준도 항상 잘 던질 수는 없다. 등 근육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더스틴 니퍼트는 곧 1군 복귀 수순을 밟는다. 그래도 5선발과 불펜이 아킬레스건. 김 감독은 나름대로 재빠르게 대처해왔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크지는 않았다.
그래도 타선과 선발진 궁합이 시즌 초반 수준으로 맞아떨어지면 큰 문제는 아니다. 시즌 초반에도 5선발과 불펜은 걱정거리였고, 두산은 잘 나갔다. 1~4선발진과 타선에서 적절히 커버하면서 실마리를 찾으면 된다. 불펜은 그동안 무리시키지 않은 히든카드 함덕주가 2군 실전 및 1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8월까지 버텨내면, 9월에는 홍상삼과 이용찬이 차례로 1군에 합류한다. 두 사람은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자원들.
많은 전문가가 이대로 두산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기본 전력이 튼실한데다 김 감독이 무리하게 운용하지 않고 힘을 비축해왔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NC 정도를 제외하면 갑작스럽게 두산을 위협할 팀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감독이 버텨내고 인내하면, 반드시 결실이 따라온다"라고 말했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의 7월 인내가 8월의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부상 및 갑작스러운 부진 등 돌발변수만 없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김태형 감독과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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