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조금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
KIA 김기태 감독은 최근 트레이드로 영입한 고효준의 보직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고효준은 선발과 구원이 모두 가능한 왼손 스윙맨이다. 그리고 KIA 마운드는 선발과 구원 모두 고민이 있다.
현 시점에서 확실한 건 김 감독이 고효준을 올 시즌 1군에서 활용할 것이라는 사실. 그렇지 않다면 SK와 트레이드를 할 이유가 없었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곧바로 선발로 쓰는 건 좀 그렇다. 확정적이진 않지만, 첫 등판은 불펜일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복잡한 팀 사정
KIA는 현재 4~5선발이 없다. 4선발 홍건희는 가슴 통증이 사라졌다. 한 차례 대체선발이 공백을 메워내면, 다음주부터는 정상 가동할 수 있다. 그러나 5선발은 여전히 오리무중. 임기준은 기회를 잃고 2군에 내려갔다. 임준혁은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갔다. 몇몇 후보들은 떠오르지만,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을 갖춘 투수는 없다.
한편으로 불펜 역시 확실한 왼손 셋업맨이 없다. 심동섭은 빠른 볼을 갖고 있지만, 제구 기복이 심하다. 그 외의 젊은 좌완들은 아직 실전경험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승부처에서 믿고 맡길 수준이 아니다.
고효준은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하지만, 풀타임 선발 경력은 거의 없다. 올 시즌 SK에서도 선발로 던진 경기는 없었다. 그런데 고효준은 불펜에서 심동섭보다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심동섭처럼 볼이 빠르고 제구가 들쭉날쭉하지만, 상대적으로 경기운영 경험과 노련미가 있다. 결국 붙박이 선발로 쓰는 건 안정감이 약간 떨어지고, 셋업맨으로 한정할 경우 다양한 재능이 아깝다.
▲감독 운용법이 중요하다
김 감독은 "효준이는 불펜에서도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했다. 그리고 "같이 선수 생활(SK)을 했다. 효준이를 잘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고효준의 활용가치를 높여 KIA 마운드의 힘을 끌어올리려면 일단 불펜에서 셋업맨으로 쓰되, 상황에 따라 긴 이닝을 맡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등판 간격에 따라 선발로 쓸 수 있는 기회를 엿보면 된다. 김 감독도 주목하는 부분.
지금 KIA에는 확실한 우완 셋업맨도 없다. 베테랑 최영필과 김광수는 연투하면 구위가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꼭 잡아야 할 경기서 고효준을 길게 활용하면 최영필과 김광수도 숨통을 튼다. 반대로 고효준을 선발로 활용하면 기존 선발후보들을 불펜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김 감독의 세심한 마운드 운용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고효준의 준비다. 그는 "폼을 예전처럼 와일드하게 해서 구속도 올리고, 왼손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를 잘 하겠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투심패스트볼에 대한 활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고효준은 "그동안 서클체인지업 그립으로 던졌다. 긴 이닝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빠르게 떨어지는 투심과 체인지업처럼 떨어지는 투심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겠다"라고 말했다. 긴 이닝 소화도 중요하지만 블펜에서 좌타자를 주로 상대할 것이라고 예측, 그에 맞게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KIA 마운드에서 고효준의 최적의 보직은 무엇일까. 일단 불펜에서 대기하겠지만, 결말은 알 수 없다.
[고효준. 사진 =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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