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서울역', 그곳은 좁디 좁은 '부산행' KTX 열차보다 더 폐쇄적인 공간이었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지난달 열린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2016)'(BIFAN)의 폐막작으로 선정돼 처음 공개됐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예비관객들과 평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단순 '부산행' 속 정체불명 바이러스의 감염 원인 등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면,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고 올 것이다.
'서울역'은 그야말로 잔혹동화였다. 연상호 감독은 사회 고발 애니메이션 제작의 대가답게 잔혹 스릴러를 그렸다. 전작인 '창', '돼지의 왕', '사이비'와 같이 실사 영화보다 팽팽한 긴장감과 깊은 여운을 안겼다.
등장 인물의 설정부터 암울했다. '부산행'에선 노인, 어린이, 임산부, 가장 등이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면 '서울역'에서는 노숙자, 가출 소녀 등 돌아갈 곳 없는 이들이 좀비와 사투를 펼쳤다. 그러나 좀비와의 사투보다도 무서운 건 이들의 현실이었다. 집으로 가고 싶어도 돌아갈 곳 없어 울부짖는 모습이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바이러스의 감염 원인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시발점은 공개됐다. 서울역에 자리를 잡은 한 노숙자로 인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호소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리 만무했다. 권력자들은 이를 단순 폭동으로 치부해버리고, 이 전대미문의 재난은 결국 자초한 일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나 '서울역'은 좀비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것을 '부산행'보다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서울역'에서는 '부산행'의 아버지 공유, 마동석과 같은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의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쯤엔 공포의 대상이 좀비에서 인간으로 뒤바뀌어 있다.
연상호 감독은 애초 '서울역'과 '부산행'의 방향을 달리해 제작했다. '서울역'에서 '부산행'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었지만 이는 사건 순서만 연결될 뿐 두 작품은 다른 색깔을 나타낸다. '부산행'에선 절망 속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여줬다면 '서울역'에선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았다. 실사물과는 또 다른 매력의 작품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서울역'은 오는 18일 개봉 예정이다. 배우 류승룡, 심은경, 이준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사진 = 영화 '서울역' 포스터]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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