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역사’ 윤진희의 동메달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남편이 있었기에 ‘주부 역사’ 윤진희는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윤진희(30, 경북개발공사)는 8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센트루 파빌리온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역도 여자 53kg급에서 인상 88kg 용상 111kg 합계 199kg을 들어 올리며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실력과 함께 행운도 따랐다. 윤진희는 1차 시기에서 인상 88kg을 들어 올린 뒤 2~3차 시기에서 90kg에 실패, 인상 5위에 머물렀다. 용상은 2차시기 110kg에 이어 3차 시기에서 111kg을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때까지 윤진희의 순위는 인상에서 리야쥔(중국)에 이은 4위였으나 리야쥔이 실격되며 윤진희에게 동메달이 돌아갔다. 리야쥔은 오로지 금메달을 의식, 1차 시기 실패 이후 오히려 바벨의 중량을 올려 도전했으나 2,3차 시기 모두 실패하며 실격됐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역도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리우올림픽 역도에 걸린 금메달은 15개. 그러나 한국은 7장(남자 4, 여자 3)의 본선 쿼터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지난 연말 남자역도 간판 사재혁이 후배 폭행으로 자격정지 10년의 중징계를 받으며 뚜렷한 메달리스트는 사라진 상태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윤진희는 지난 2012년 초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대표팀 후배 원정식(26, 고양시청)과 결혼해 두 아이를 얻으며 내조에 전념했다. 그 때만 해도 윤진희는 역도 선수가 아닌 평범한 주부였다.

윤진희가 역도계에 돌아온 건 다름 아닌 남편의 권유 때문이었다. 남편 원정식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69kg급에서 용상 183kg을 들다가 오른쪽 허벅지에 부상을 당했다. 윤진희는 재활 중인 남편을 극진히 돌봤고 원정식은 이 때 아내와 함께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윤진희는 고민 끝에 지난 2014년 말 현역 복귀를 결정, 지난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다행히 남편 원정식도 아내의 복귀에 힘입어 재활에 성공,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8년 만에 남편과 함께 올림픽에 동반 출전하게 된 것이었다.

주부에서 다시 역사로 변신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세계 3위에 오른 윤진희. 그의 재기 뒤에는 역기를 다시 잡게 해준 남편의 끊임없는 응원과 격려가 있었다.

[윤진희(첫 번째), 원정식(좌)과 윤진희(우)(두 번째). 사진 = 리우(브라질)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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