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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이제 50대에 접어든 료타(아베 히로시)는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15년 전에 문학상을 받은 게 경력의 전부다. 흥신소에서 불륜남녀의 뒷조사를 하면서도 “소설을 위한 취재”라고 둘러댄다. 아내 쿄코(마키 요코)에게 이혼 당하고 아들 싱고(요시자와 타이요)도 한달에 한번만 만날 수 있는 처지다. 후배와 애완견 실종 전단을 전봇대에 붙이며 “이렇게 살려고 한게 아닌데”라며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료타의 어머니(키키 키린)는 태풍이 휘몰아치는 날, 집에 들른 아들과 며느리의 재결합을 유도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는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을 위로한다. 세상은 꿈을 이뤘느냐의 여부로 그 사람의 성공 또는 행복 유무를 판단한다. 과연 그런가. 감독의 말처럼, 모든 사람들이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전작 가운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태풍이 지나가고’의 핵심 주제가 담긴 대사가 등장한다. 할 일 없이 집에서 기타나 튕기고 살아가는 아버지 켄지(오다리기 조)는 어린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쓸데없는 것도 필요한 거야. 모두 의미 있는 것만 있다고 쳐봐. 숨막혀서 못 살아.”
우리는 ‘쓸데없는 것’에 둘러 싸여있다. 마치 공기처럼 우리 몸속으로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한다. 받아들이지 않으려해도 들어오고, 밀어내려 해도 좀처럼 나가지 않는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것이 말 그대로 쓸데없으니까 어서 빨리 벗어나라고, 버리라고 채근한다. 그러나 인간은 의미와 무의미, 쓸데있는 것과 쓸데없는 것을 구분할 수 없다. 전자가 갑자기 후자로 바뀔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늘상 일어난다.
료타의 취미 중 하나는 아버지와 함께 즐겼던 복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료타는 어린 아들 싱고에게 복권을 사준다. 누군가에게 복권은 쓸데없는 것이다. 료타에게 복권은 아버지와 나눴던 아련한 추억이고, 아들과 함께 공유할 소소한 재미다. 싱고 역시 복권에 당첨되면 모든 가족이 함께 살게 될 것이라는 꿈을 꾼다. 료타와 싱고에게 복권은 쓸데있는 것이다.
싱고는 리틀야구단에서 ‘포볼’을 노린다. 엄마의 새 남자친구는 왜 ‘홈런’을 노리지 않느냐고 타박한다. 모든 사람이 홈런을 칠 수 없다. 홈런을 치려는 타자는 포볼이 쓸데없어 보이겠지만, 싱고에게 포볼은 쓸데있는 진루다. 거창한 꿈이 아니라, 작은 꿈을 꾸는 사람도 많다.
노력하면 꿈이 달성되는 삶도 있다. 그러나 번번이 미끄러지는 인생도 소중하다. 바꾸고 싶어도 변하지 않는 현실,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과거의 꿈이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렇다고 행복을 손에 거머쥐지도 못했다. 료타 어머니의 말처럼, 행복은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날마다 즐겁게.
꿈을 이뤘냐는 아들 싱고의 질문에 료타는 “아직 되지 못했어. 하지만 되고 못되고는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건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 갈 수 있느냐 하는 거지”라고 답한다. 료타는 여전히 꿈을 내려놓지 않았다. 꿈이 이뤄지지 않아도 여전이 그 꿈을 간직한 채 마음에 품고 다짐하며 사는 것. 그렇다면, 당신은 어른이다. 하찮은 인생은 없다.
[사진 제공 = 티캐스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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