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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너무 깜짝 놀랐어요. 정말 더운 날씨에 그 햇볕을 그대로 받으면서 아스팔트에 다들 앉아 계시는데, 땀을 마치 샤워하듯이 쏟으면서 대기하시는 거예요."
인터뷰를 마치려는데 여자친구 리더 소원이 "이 말도 진짜 하고 싶다"고 다급하게 말해 녹음을 끄려던 걸 그대로 뒀다.
음악방송은 대개 각 그룹 팬들이 몇 시간씩 방송국 밖에서 대기해야만 입장할 수 있는데, 여자친구 팬들의 입장 명단 체크에 유주와 함께 이벤트 겸 직접 나갔다가 팬들을 보고 놀랐다는 얘기다. 폭염이 절정에 이른 지금 뜨거운 길바닥에 앉아 땀 흘리는 팬들을 마주하니 마음이 아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는 소원이다.
팬들을 향한 애틋함만큼이나 팬들 역시 여자친구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듯하다. 소위 대형 기획사도 아닌 데서 나온 걸그룹이 이토록 뜨거운 가요계에서 묵묵히 버티고 살아남았다는 건 사실상 기적이기 때문이다.
'가수는 노래가 좋아야 성공한다'란 참 오랫동안 잊혀진 진리를 일깨워준 게 여자친구다. 그룹명은 데뷔 전부터 놀림 받았고, 소위 '언플' 할 여력도 없는 작은 기획사인 데다가, 그 흔한 이미지 메이킹용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없이 달랑 '유리구슬' 하나 손에 들고 온 어찌 보면 무모한 걸그룹이었다.
그저 노래가 좋아서 너도 듣고 나도 듣고, 옆 사람에게 '이거 한번 들어봐' 하던 게 지금까지 온 셈이다. 비에 젖은 무대 위에서 수 차례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나고, 부상을 당해도 힘차게 춤추던 근성은 여자친구를 꿋꿋이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의 이유이기도 했다.
사실 사람들은 '대세'라고 부르지만 자기네들끼리 있을 때면 영락없이 동네 학교 앞 분식집에 가면 볼 수 있는 여학생들처럼 순박하기 그지 없다. 서로를 놀리기 바쁘고, 별 것 아닌 몸짓 하나에도 까르르 하고 애처럼 자지러지게 웃는 게 '대세 아이돌'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부디 지금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좋은 노래를 들고 돌아오길 소원(所願)한다. 그래야 '가수는 노래가 좋아야 성공한다'란 희망을 우리가 지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음악방송 트로피만 스물 아홉 개를 집어들었지만, 리더 소원은 1위보다 더 바라는 게 있다며 이런 약속을 했다.
"오랫동안 들으실 수 있는 노래,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는 걸 목표로 열심히 할게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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