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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학생 최창환 기자] 서울 SK 가드 김선형(28, 187cm)이 국가대표팀 합숙 도중 받은 금쪽같은 휴일에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았다. 자신의 등번호와 같은 5번을 사용 중인 중고교 유망주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서였다.
김선형은 13일 SK의 홈구장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모여라! NO.5! 서울시 초중고 농구부 학생들과 함께 하는 김선형 선수 재능기부 행사’를 실시했다.
이날 행사는 구단이 주도해 진행하는 재능기부와 달리, 김선형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적극적인 의사를 보인 덕분에 치러진 행사였다.
중고교 선수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길 원했던 김선형은 구단 측에 서울에 있는 중고팀 가운데 자신과 같은 등번호를 쓰고 있는 선수들을 초청, 클리닉을 진행하는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SK는 서울을 4개 구역으로 나눠서 진행하는 재능기부 등 다양한 형식에 대해 의논했고, 고심 끝에 한 자리에 모여 클리닉을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날 현장에는 초청을 받았지만, 사정상 참가하지 못한 선수를 제외한 15명의 유망주가 찾아왔다.
국가대표팀에 선발돼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훈련 중인 김선형은 오전훈련 후 대표팀에 외박이 주어진 13일 서울로 올라왔고, 권용웅 SK 유소년농구팀장과 약 2시간 동안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했다.
김선형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전매특허인 돌파를 비롯해 빈 공간을 찾아가는 요령, 드리블의 기본기 등을 전수했다. 더불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개인훈련을 보다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경험담도 전해줬고, 행사가 끝난 후에는 자비로 선수들과 사우나 및 식사를 함께 했다.
좋은 취지의 행사인 만큼, 소속팀 SK도 재능기부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잠실학생체육관 대관을 비롯해 나이키 백팩 및 양말, 구단 기념품을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SK 관계자는 “스스로 행사를 기획하고 적극적으로 임했다. 구단에서 하는 재능기부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행사였다. 자비가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행사를 먼저 제안했다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라며 김선형을 칭찬했다.
선수 초청을 받은 대부분의 학교도 재능기부를 반겼고, 학부모들 역시 현장을 찾아 행사를 유심히 지켜봤다.
광신정산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안세영의 아버지는 “김선형 선수와 포지션이 동일해서 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행사를 직접 준비해서 펼쳐주니 고맙다. 스킬 트레이닝을 다 영상으로 찍었고, 나중에 꾸준히 보여주면 아들이 실력을 키우는데 보탬이 되지 않겠나”라며 김선형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김선형의 재능기부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에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엘리트 농구를 시작, 귀여운 얼굴로 농구 팬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이학현(삼선초 4학년)도 있었다.
수줍은 표정을 지은 이학현은 “행사가 재밌었다. 공 2개로 드리블을 하는 게 특히 기억에 남고, 나중에 베스트멤버가 된다면 오늘 배운 스텝백도 써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단 한 번의 클리닉만으로 선수의 기량이 급격하게 향상되는 건 아니다. 다만, 어린 선수들에게 유명한 프로선수가 자발적으로 실시한 재능기부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며, 습득능력에 따라선 향후 실력을 쌓는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김선형이 실시한 재능기부가 그간 다양한 팀과 연맹이 실시한 재능기부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김선형은 행사를 마친 후 선수들을 불러모아 “개인훈련 더 열심히 하고, 5번 바꾸지 않을 거라 믿을게. 앞으로 지켜볼 거야. 내년, 내후년에도 친목모임처럼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자발적으로 재능기부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지인으로부터 J-리그 진출 후 1년에 한 번씩 연고지의 유망주들을 초청해 시간을 보내는 축구선수 얘기를 들었다. 굉장히 좋아 보아 보였고, 나도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재능기부를 마친 소감은?
“확실히 좋은 번호를 써서 그런지 습득하는 능력이 높더라(웃음). 열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도 떠올랐다. 나는 그 시절 누가 알려주지 않고 개인훈련 때 개인기를 쌓았는데, 어린 선수들은 보다 좋은 환경에서 가르침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았다.”
-중앙대 시절까지 9번을 달았는데, SK 입단 후 5번을 쓰게 된 배경은?
“특별한 의미는 없고, 남는 번호였다. SK에서는 (주)희정이 형이 9번을 쓰고 있었고, 5번과 7번이 남아있었다. 7번은 (변)기훈이가 쓴다고 해서 내가 5번을 달게 됐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재능기부를 진행했나?
“내가 코치는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개인훈련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데 중점을 뒀다. 요새는 팀 훈련의 강도가 높아 개인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고 하더라. 개인훈련이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한다.”
-선수들에게 내년, 내후년에도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하던데?
“내년에는 한 단계 더 높은 기술도 알려주고 싶다. 다만, 내가 꼭 기술을 알려준다는 것보단 선수들과 교류를 하고 싶었던 게 더 컸다. 식사할 때는 농구 외의 얘기도 많이 하려고 한다. 5번을 달고 있는 선수가 모여 있으니 기분이 묘하더라. 내 선수들 같았고, 앞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
[김선형.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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