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1945년 8월 15일 광복절, 빼앗긴 들에 봄이 온 날이다. 그로부터 71주년을 맞은 현재 충무로에선 광복의 의미를 조명하고 되새기는 작품들이 꾸준히 개봉되고 있다. 올해 광복절을 맞아 윈스턴 처칠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명언을 일깨우게 하는 작품들을 살펴봤다.
# 의열단
최근 들어 의열단의 활약상이 충무로에서 단골 소재로 떠올랐다. 의열단은 일제강점기 설립된 항일 무력독립운동 단체다. 독립운동가 김대지와 황상규가 1919년 3·1운동 뒤 설립했다.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일제의 무력에 대항해 적극 투쟁과 희생 정신이 강조된 강력한 독립운동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시초였다.
창단 당시 김대지, 황상규가 고문을 맡았고, 단장 김원봉을 중심으로 윤세주, 이성우, 곽경, 강세우, 이종암, 한봉근, 한봉인, 김상윤, 신철휴, 배동선, 서상락, 권준 등 12인의 단원이 모였다. 이들은 일본 고관 암살과 관공서 폭파 테러 등 직접적 투쟁방법으로 독립운동을 펼쳤다.
의열단이라는 이 이름은 '정의(正義)의 사(事)를 맹렬(猛烈)히 실행한다'고 한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지난해 개봉된 '암살'은 의열단의 활동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실제 독립운동을 이끈 주요 인물인 약산 김원봉과 백범 김구에 안옥윤(전지현), 속사포(조진웅),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등의 가상 인물들이 펼쳐나가는 허구의 친일파 암살 사건을 그렸다. 가상 인물을 버무렸지만 잊고 있던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여자 안중근이라 불리는 남자현 의사, 여성 최초 의열단에 가입한 현계옥 열사, 쌍권총의 전설 김상옥 의사 등 역사 속에 가려진 독립운동가들이 재조명됐다.
사실 의열단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암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최초의 한중합작영화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가 있다. 이준익이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 제작사로서 야심차게 내놓았던 작품이다. 의열단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의거해 상하이를 배경으로 테러 활약상과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배우 김상중, 장동건, 정준호, 이범수 등 스타들이 총출연했다. 당시엔 빛을 보지 못 했지만 현재 한 포털사이트의 네티즌 영화 별점 8.11을 기록하는 등 관심을 받고 있다. 재개봉을 바라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 신작 '밀정'도 의열단에 대해 조명했다. 1920년대 실제 벌어진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토대로 당시 의열단에 일어났던 몇 가지 사실들을 엮어 극화했다.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과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암투와 교란 작전을 그렸다. 이정출은 황옥을, 김우진은 김시현 의사를,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한지민)은 현계옥 의사를 모델로 했다.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일본군 위안부
영화 '귀향',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우리의 잊어서는 안 될 가슴 아픈 역사를 다뤘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희생을 조명했다.
먼저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영화화했다. 강일출 할머니는 16세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돼 소각 명령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하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바 있다.
이 영화는 1943년 14세 정민(강하나)이 영희(서미지) 등 수많은 소녀와 함께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전장 한가운데 버려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강일출 할머니가 피부로 느낀 두려움과 전쟁에 혈안돼 있던 일본군의 잔인함을 여지 없이 보여줬다.
2009년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 송신도 할머니와 '재일위안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사람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재판과 투쟁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안해룡 감독은 가혹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역사를 스스로 지혜롭게 싸워나가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스크린에 펼쳤다. 비록 재판에선 졌지만 할머니의 뜨거운 가슴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배우 문소리가 내레이션을 맡았으며 지난 2008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JJ-Star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조선인 강제 징용 하시마섬
내년 개봉을 앞둔 영화 '군함도'는 일본 하시마섬(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얽힌 숨겨진 비밀을 스크린에 옮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곳에는 조선인 강제 노역이라는 뼈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당시 끌려간 조선인 노동자들은 굶주림과 가혹한 고통 속에 석탄을 캐야 했다. 이에 '지옥문', '감옥도'라고 불렸을 정도다.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뒤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400여 명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화려한 톱스타들이 뜻을 함께 했다. 지난해 MBC '무한도전' 방송 이후 하시마섬에 대한 식어버린 관심의 불꽃을 다시 지필 예정이다.
# 덕혜옹주
영화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비극적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 겪은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했다. 덕혜옹주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비운의 삶을 보낸 인물이다. 일제와 친일파의 정치적 도구가 돼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떠나야 했다. 고종의 의문의 죽음, 순탄치 않았던 일본 생활으로 인해 평생을 우울증, 조현병 등 정신병에 시달렸고 광복 뒤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 했다. 일제에 끌려간지 38년 만에 귀국했으나 이후에도 지병으로 고생하다 1989년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권비영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를 원작으로 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물이다. 손예진의 명연기가 더해져 깊은 여운을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겼다.
[사진 = 영화 '암살', '아나키스트', '밀정', '귀향',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덕혜옹주' 포스터]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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