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매직과 뮤지컬이 만나 ‘매직컬’이 탄생됐다. 마술사 최현우는 이렇게 또 자신의 장르를 만들어냈다. 마술에 이야기를 추가하고 노래를 입히니 또 하나의 예술이 탄생했다. 최현우는 매직컬 ‘더 셜록’으로 무한한 마술의 세계를 입증하고 있다.
매직컬 ‘더 셜록’은 마술과 뮤지컬이 만난 매직쇼. 마술사 셜록과 범인의 치밀한 두뇌게임을 중심으로 마술의 거대한 판타지와 뮤지컬 음악이 펼쳐진다. ‘셜록홈즈’ 최종윤 작곡가, ‘프리실라’ ‘마마, 돈 크라이’ 오루피나 연출이 참여해 퀄리티를 높였다.
최현우는 “매직컬로는 ‘더 셜록’을 선보이는 게 처음이다. 셜록홈즈를 만들면서 매직컬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뮤지컬에 마술이 조금씩 들어간 경우는 있지만 마술에 뮤지컬을 접목시킨 경우는 없어 녹여보고 싶었다. 장기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마술과 뮤지컬을 접목시키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뮤덕”이라는 시원한 답이 나왔다. ‘뮤덕’은 ‘뮤지컬 덕후’의 약자. 뮤지컬을 사랑하고 자주 관람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다. 최현우는 “나는 소속사도 뮤지컬을 하는 회사다. 뮤덕의 끝이지 않나. 성공한 덕후다”며 웃었다.
“원래 직업이 공연을 하는 거니까 뮤지컬, 연극을 많이 봐요. 뮤지컬은 21세기 주류 문화, 예술이잖아요. 그런 주류 예술인 뮤지컬 힘을 빌려서 마술 역시 사람들이 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매직컬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뮤지컬 음악에 맞춰 마술을 하는건 전세계 처음일 거예요. 기존 마술쇼와는 다르죠. 어떻게 보면 쇼적인 마술만 보는 것을 원치 않는 관객들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보완해주니까 좋은 것 같아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마술 장르와 함께 큰 덩어리로 자리하는 만큼 이야기에 신경 썼다. 이와 함께 마술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한 무대 장치가 되는 것은 피했다. 무대 장치가 되는 순간 마술이 덜 신기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의 결과가 관객이 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것에 집중했다.
“매직컬을 통해 마술이 단순히 매직쇼에 머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예술과 합쳐져 다른 색깔을 뿜어낼 수 있는 장르라는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셜록홈즈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은 셜록홈즈야 말로 마술의 원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보자마자 직업은 뭐고 뭘 했고 이런걸 맞추잖아요. 왓슨이 공개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에게 신비함으로 남는 거죠. 마술사 역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 말을 하지 않는 이상 다 맞출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현대 마술의 원형이었던 사람을 끌어 와서 재해석 해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어요.”
뮤지컬 장르인 만큼 음악에도 신경 썼다. 일부러 뮤지컬 ‘셜록홈즈’ 최종윤 작곡가와 함께 했다. 지금은 노래하는 뮤지컬배우가 한명 출연하지만 이후에는 더욱 풍성하게 늘릴 생각이다. 마술사 최현우와 극중 셜록으로 분한 자신을 나눠 혼동을 주지 않는 것에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연기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보완하려 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만큼 관객층도 다양하다. 마술사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최현우.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에선 마술이 가족 콘테츠에 집중돼 있는 느낌이 문제긴 하다”고 솔직한 의견을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약간 가족 콘텐츠에 집중돼 있어 아쉽긴 해요. 다른 나라에서는 오히려 성인들을 위한 공연이 더 많아요. 지적 유희를 즐길만한 것들이 많죠. 성인 관객에 맞추면 훨씬 고난이도의 마술쇼도 가능해요. 장기적으로 꼭 성인만을 위한 쇼는 아니더라도 좀 더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마술쇼를 하고 싶어요. 19금이라고 해서 야하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어려운 대사를 한다거나 깊이 있는 이야기들, 철학을 이야기 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물론 아이들 관객 역시 소중하다. 그는 “장단점이 있는데 아이들은 나를 아직 마술사보다 마법사로 생각해서 좋다”며 웃은 뒤 “하지만 아이들 관객이 더 까다로울 수 있는 게 집중력이 짧아 마술을 보여준다는 게 좀 더 어렵다. 성인 관객들은 오히려 고정관념이 있어 컨트롤 하는 게 더 쉽다”고 설명했다.
“사실 아이들 관객에겐 변수, 돌발 상황이 많아요. 어떤 말을 할지 몰라 힘들고 매일이 조금씩 다르죠. 남자 관객들 역시 좀 어려워요. 그래서 더 참여시키려 하는 것도 있어요. 여성분들은 마음이 열려 있는데 남성분들은 팔짱 끼고 보는 분들이 많거든요. 아이들에게 끌려온 아버님들을 참여시킴으로 인해 공연 참여 기회가 적었던 분들에게 재미난 경험을 겪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확실히 최현우의 마술쇼는 대중화 돼있고,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색이 강하다. 그는 “마술사가 전반적으로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음악 선택, 조명 디자인, 무대 디자인 등 모든 것을 마술사가 한다. 마술도 마술사가 당연히 한다”며 “마술사가 모든 것들을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 마술쇼는 종합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현우가 마술을 시작한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흘렀다. 최현우는 “20년 전에 마술을 했을 때는 젊은 마술사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계속 걸어 온건데 지금은 마술을 그냥 의심하거나 단순히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종합 예술적인 부분의 하나라고 인정을 해준다”며 지난 20년을 돌아봤다.
“2013년 공연 때 4m에서 떨어져서 부상을 당했어요. 그 때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삶과 죽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직업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다행히 살아났고, 마술을 계속 할 수 있었는데 그 때 마술을 못하게 됐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그 전 공연이 제 인생 마지막 공연이 됐을 거잖아요. 매 순간 삶이 어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참 그런 일을 겪었는데도 마술이 재밌네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이제 마술을 한지 20년, 성인이 됐으니까 마술 인생으로 중년이 됐을 때 뭔가 더 새로운 삶이 펼쳐질 수 있게 해야죠.”
최현우의 마술사 인생 20년은 올 연말 새로 올려지는 ‘에스크’(ASK) 공연을 통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마술쇼와 접목시킬 계획이다.
“마술을 20년 했으니까 그동안의 제가 생각했던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기획의도를 전한 최현우는 “현대인들은 더 이상 마술이 마법이라고 믿지 않으면서도 마술쇼를 보러 온다. 나 역시 그런 관객들을 위해 마술을 해왔다. 말 그대로 에스크다. 왜 우리는 마술을 보고, 왜 나는 마술을 하는 것일까”라고 말했다.
“마술쇼는 장르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람의 문제죠. 엔터테이너냐, 아티스트냐라고 묻는다면 긴 시간 동안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쌓아 가면서 마술사이기 전에 아티스트가 되는 거라 생각해요. 정말 죽을 때까지 마술을 할 거예요. 20년 동안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지만 마술이 정말 재밌으니까 해요. 되게 짧은 순간인데 관객들이 신기한 순간을 보고 입이 벌어지는 걸 봤을 때 성취감을 느껴요. 놀라서 기립박수 치는 순간들이 너무 좋죠. 마술이 다양하다 보니 남녀노소 다 좋아하시니까 장점도 많고요. 정말 지금으로부터 또 20년이 흐른 후엔 대마법사가 되고 싶네요. 하하.”
[마술사 최현우. 사진 = 클립서비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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