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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일본 출신 배우 이와세 료가 지난해 여름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충무로에 상륙, 첫 진출과 동시에 국내 관객들을 매료시키더니 올해도 어김 없이 여름 로맨스물을 들고 한국 팬들을 찾았다. '최악의 하루'로 또 한 번 극장가에 판타지아를 선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여름의 판타지아' 홍보차 한국에 머물고 있을 때 장건재 감독님에게 김종관 감독님을 소개받았어요. 그때 '최악의 하루'의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고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출연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후 김 감독님께서 직접 일본까지 오셔서 정식으로 출연 제안을 해주셨어요. 당시 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아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최악의 하루'는 은희(한예리)가 하루 동안 세 남자들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물이다. 은희는 처음 본 남자 료헤이(이와세 료), 지금 만나는 남자 현오(권율), 과거에 만났던 남자 운철(이희준)까지 이들과 만나 최악의 상황에 빠져버린다. 잔잔하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제3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저는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 캐릭터를 맡았어요. 성격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설정인데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느껴져요. 한국에 책이 한 권 출시된 인기 없는 소설가예요. 저도 과거 영화 무대 인사를 갔을 때 팬들이 많이 모이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공감을 느끼며 연기했어요. 하하. 영화가 생각했던 것보다 관객분들이 보기 쉽게 만들어진 거 같아요. 여러 곳에 웃음포인트가 있어서 저도 무척 재밌게 감상했습니다."
이와세 료는 극 중 한예리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권율, 이희준과 달리 오늘 처음 본 외지인으로서 설레는 여행 로맨스를 기대하게 한다. 어설픈 영어 실력을 총동원해 의사소통을 이어나가는 모습에서 어딘가 풋풋한 커플의 이미지를 연상케 했다. 또한 수더분한 실제 모습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며 한예리의 고된 하루를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영화는 선남선녀 총출동에 단순 로맨스물처럼 보이지만, 거짓말을 일삼는 은희의 모습을 통해 인간 관계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만든다. 필사적으로 늘어놓는 거짓말이 사람 간 하나의 소통 수단으로 비춰진다.
"저는 극 중 은희처럼 거짓말은 누구나 다 하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해요. 상대방에 따라 다른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진짜 본인의 모습이 어떤 건지 잘 모를 만큼이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거짓말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웃음). 얼굴에서 티가 많이 나서 잘 들키죠. 만약 누가 은희처럼 제게 거짓말을 한다면 저는 그걸 간파하지 못 할 거예요. 혹여 제가 눈치를 채더라도 그 상대방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거 같아요."
이와세 료의 말처럼 '최악의 하루'에서 은희의 진짜 모습은 가늠하기 어렵다. 세 남자와의 관계 마다 성격을 바꾸기 때문이다. 이와세 료는 이를 관람포인트로 꼽기도 했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 주는 것도,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에 부닥쳐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영화 속 각각 캐릭터가 열심히 필사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여기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거나 공통점을 찾으면서 보시면 공감이 많이 가지 않을까 싶어요."
비록 작품에선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최악의 하루'에 대한 애정만큼은 남달랐다. 자신이 많은 역할뿐만 아니라 캐릭터 하나하나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다른 역할에도 욕심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솔직히 나머지 두 남자 캐릭터 현오(권율)와 운철(이희준)도 너무 매력이 많아요. 가능하다면 제가 다 연기하고 싶었을 정도로요. 아니면 제가 은희 역할을 맡아 이들과 호흡을 맞춰도 좋았을 거 같네요. 하지만 만약 은희가 돼 이 세 남자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셋 다 싫습니다. 하하."
이와세 료는 지난 10일, 4박 5일간 내한 일정을 소화한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18일 예정에 없던 '최악의 하루' 언론시사회에 깜짝 참석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일본 스케줄을 전날 밤까지 끝 마치치고는 부랴부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한다. '한 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과의 인연으로 우연한 계기에 충무로에 진출했지만, 스스로 강행군을 자처할 만큼 한국에서의 활동에 열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영화는 보는 대상을 자국민에게만 한정 짓고 만들지 않는 거 같아요. 여러 나라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게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이번이 두 번째 한국 작품을 소화했는데 새삼스럽게 제가 굳이 일본에서만 연기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문득 떠올리게 했어요."
그는 앞으로도 일본을 넘어 한국 등 폭 넓은 작품 행보를 예고했다. 머지 않아 그가 꿈꾸는 이창동, 봉준호,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날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제 더욱 더 여러 나라 사람들과 영화를 찍고 싶은 바람이고 그러면서 저의 시야도 넓어지고 경험도 쌓고 싶어요. 목표로 삼은 동경하는 감독들과 꼭 같이 작업할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해야 할 거 같습니다."
올해 한국에선 '최악의 하루'를 선보이고 당분간은 일본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와세 료는 일본에서 오는 10월 1일 '별 회귀선'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영화 '일주일간 친구' 등 다수의 작품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주로 선한 역할만 맡아왔어요. 앞으로는 누가 봐도 대놓고 나쁜, 조폭 같은 캐릭터를 도전해보고 싶어요. 하나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하나 하나 살아있는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로 관객분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최악의 하루' 스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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