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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리우데자네이루 안경남 기자] 최후의 전쟁만이 남았다. ‘축구제국’ 브라질과 ‘전차군단’ 독일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두고 격돌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승자는 누가 될까.
브라질과 독일은 21일 오전 5시30분(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남자축구 결승전을 치른다. 두 팀 모두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2회 연속 결승에 오른 브라질은 런던 대회 악몽을 지운다는 각오다. 또 ‘월드컵 챔피언’ 독일은 내친김에 올림픽까지 접수할 계획이다.
#어떻게 결승에 올랐나
‘개최국’ 브라질은 앞선 준결승에서 ‘북중미 복병’ 온두라스를 6-0으로 대파하고 가볍게 결승에 안착했다. 하지만 출발이 좋았던 건 아니다. 조별리그 초반 2경기를 무득점으로 비기며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그 사이 네이마르는 ‘여자펠레’ 마르타보다 못하다며 현지 언론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덴마크를 꺾고 조 1위로 8강에 오른 뒤 콜롬비아(2-0)와 온두라스를 차례대로 격파하며 우승 후보다운 저력을 뽐냈다. 그리고 네이마르는 2경기서 모두 결승골을 뽑아내며 팬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독일도 비교적 뒤늦게 시동이 걸렸다. 멕시코와 첫 경기를 2-2로 비긴데 이어 한국과도 접전 끝에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독일은 공수 조직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실제로 현장에서 독일을 지켜본 다수의 축구 전문가들은 “독일은 예상보다 약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독일은 피지전에서 무려 10골을 몰아치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아스날 소속의 세르지 나브리는 연일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하이라이트는 포르투갈과의 8강이었다. 당시 포르투갈은 ‘우승 후보’로까지 언급됐던 팀이다. 그런데 독일은 4골을 퍼부으며 승리했다.
#네이마르의 브라질
브라질의 운명은 네이마르에게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이마르가 부진했던 경기에선 브라질 전체가 흔들렸다. 반면 네이마르가 펄펄 날자 가브리엘 헤수스, 루안 등 다른 선수들까지 득점에 가세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지만, 때로는 ‘슈퍼스타’ 1명의 힘에 좌우되곤 한다. 온두라스전 15초골이 그렇다.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브라질은 공격시에 앞선에 위치한 4명의 공격수가 순식간에 질주하는 매우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한다. 중심은 역시 네이마르다. 바르셀로나에선 측면에서 뛰지만 브라질에선 처진 스트라이커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사실상 프리롤인 셈이다.
온두라스와의 준결승에서 네이마르는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중앙에 있다가도 어느샌가 측면으로 이동했다. 또 후반에는 앞으로 전진해 10번이 아닌 9번처럼 활약하기도 했다. 여기에 킥력도 발군이다. 콜롬비아전 프리킥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네이마르가 날면, 브라질이 이긴다.
# 점점 강해지는 독일
보통 메이저대회에선 발동이 늦게 걸리는 팀이 우승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 컨디션이 조별리그보다 토너먼트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독일이 그렇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독일은 토너먼트에 오면서 더 단단한 ‘전차’가 된 느낌이다.
독일의 장점은 특별한 약점이 없다는 것이다. 멕시코, 한국과의 경기에서 5골을 실점했지만 이후에는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달렸다. ‘쌍둥이 미드필더’ 라스 벤더와 스벤 벤더가 구축한 중원은 빈틈이 없다. 또한 도르트문트 소속의 마티아스 긴터와 니클라스 쉴레가 버티는 수비는 난공불락이 된지 오래다.
공격은 더 화끈하다. 5경기에서 21골을 터트렸다. 경기당 평균 4골이 넘는 수치다. 장신의 원톱과 발 빠른 2선의 조화가 뛰어나다. 다비드 젤케는 앞에서 공을 소유한 뒤 나브리, 막스 마이어, 율린 브란트 등이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든다. 포르투갈, 나이지리아도 모두 알고도 당했다.
#미네이랑 비극은 환희로 바뀔까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 대진이 확정되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경기는 2년 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이 브라질을 7-1로 대파한 ‘미네이랑의 비극’이다. 이 경기는 브라질 축구사 최대의 치욕으로 기억된다. 미네이랑은 한국과 온두라스의 8강이 열린 벨루오리존치의 스타디움이다.
브라질 축구 팬들은 ‘미네이랑의 비극’이 ‘마라카낭의 환희’로 바뀌길 기대하고 있다. 2년 전에는 네이마르가 없었다. 8강전에서 부상을 당해 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네이마르에겐 당시의 치욕을 갚아 줄 기회다.
온두라스전 대승에도 브라질 선수들은 침착하게 독일전을 기다리고 있다. 브라질 수비수 마르퀴뇨스는 “2년전 패배는 잊어야 한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독일을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마르는 언론과의 인터뷰까지 고사하며 결승전을 기다리고 있다. 최후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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