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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위보다 4년의 땀을 기억해야 한다.
손연재(연세대)의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이 마무리됐다. 21일(이하 한국시각)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서 4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2회 연속 올림픽 개인종합 결선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끝내 아시아인 최초의 올림픽 리듬체조 메달리스트가 되지는 못했다.
손연재는 4년 전 런던올림픽 개인종합 결선서 5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4년 후에는 리우에서 4위에 올랐다. 순위는 단 한 계단 올랐다. 메달도 없다. 그러나 손연재가 지난 4년간 흘려온 땀의 가치마저 훼손돼선 안 된다. 그 땀의 가치는 메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손연재는 2010년에 시니어무대에 데뷔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냈으나 본격적으로 광폭행보를 한 건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였다. 엘레나 리표르도바 코치와 함께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센터에서 러시아 톱랭커들과 똑같은 훈련을 소화하며 폭풍성장했다. 국내에 거의 들어오지 않은 채 해외를 돌며 FIG(국제체조연맹) 월드컵 시리즈,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을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현지에서 손연재를 돌본 어머니의 헌신도 있었다.
시니어 초창기만 해도 손연재는 유망주였다. 각 종목별로 기복이 심했다. 그러나 악바리 근성으로 강점인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기술적인 약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왔다. FIG의 변화하는 채점기준에 맞춰 연기 난도를 계속 끌어올려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완벽하고, 결점 없는 연기가 요구됐다. 그러나 손연재는 자신과의 싸움서 이겨내며 국제무대서 자신의 클래스를 조금씩 끌어올렸다.
그 결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제천 아시아선수권대회, 광주 유니버시아드서 연이어 우승 혹은 다관왕에 오르며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새로 써내려왔다. 마르가티나 마문,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 등이 빠지긴 했지만, 2014년 리스본월드컵 개인종합 우승까지 맛보기도 했다. 고질적인 발목부상을 치료하느라 훈련 스케줄에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몸 관리마저 효율적으로 해내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나갔다.
올 시즌에는 마지막 약점인 체력마저 끌어올렸다. 웨이트트레이닝과 기술훈련을 병행해오며 집중력 결여를 방지했다. 바뀐 채점 규정에 적응하기 위해 댄싱스텝을 가미하고 포에테 피봇 과정서 발목을 꼿꼿하게 세워 최대한 많은 점수를 받는 전략을 세운 결과였다. 결국 올 시즌에는 네 종목 모두 꾸준히 18점대 점수를 받는 세계적인 톱랭커로 자리매김했다. 어느새 유럽 톱랭커들에게도 무시 받지 못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러시아 투톱은 우월한 신체구조에 기술적으로도 '넘사벽' 수준의 경쟁력을 발휘해왔다.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는 손연재의 동메달 라이벌이라고 했지만, 사실 본래 손연재보다 한 수 위의 실력자다. 이들은 리듬체조 강국에서 나고 자라 최적의 시스템 속에서 키워진 수제들이다.
때문에 손연재가 이들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손연재는 4년 전 런던올림픽보다 훨씬 더 성장했고, 강인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경쟁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최선을 다해서 싸웠고, 그 결과가 4위다. 올림픽은 그런 무대다. 나중에는 결과만 기억되겠지만, 그래도 손연재가 지난 4년간 흘린 땀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는 항상 진심으로 연기했고, 최선을 다해 열정을 쏟아냈다. 이만하면 리듬체조 불모지 한국에서 할만큼 했다. 한국 리듬체조사에 충분히 혁명을 일으켰다. 시니어 마지막 무대를 마친 손연재는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손연재. 사진 = 리우(브라질)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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