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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배우 이필모가 '시한부 연기'로 제 몫 이상을 해냈다.
21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에서 이필모는 남자주인공 유현기 역으로 호연을 펼쳤다. 지리멸렬하게 후반부를 보내다 마지막 여행을 위해 탑승한 비행기에서 살아 내리지 못한 극 중 유일의 새드엔딩 주인공이다.
유현기의 인생 변화는 아들의 죽음 그리고 시한부 선고 전후로 나뉜다.
과거엔 아내와 아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던 남편이고 아빠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뒤 아내 봉해령(김소연)의 상처를 보듬지 못하고 불륜을 저질렀다. 아들의 흔적을 지워 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냉철한 부성애'는 해령의 '절절한 모성애'와 대립하는 구도로 시청자들의 원망을 자아냈다.
이필모 역시 "드라마 초반 3개월은 욕먹을 각오로 하고 있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대단히 신경 쓴 부분이 시청자들의 악평이었다. 악역이기 때문에 감정을 전달하는 일도 수월하지 않았지만, 때 아닌 '불치병 설정'을 '연기 호평'의 기회로 잡은 건 그의 능력이었다.
현기는 시한부 선고 뒤 아들이 있는 납골당을 찾아 "무섭다"는 속마음을 전하고, 장인 봉삼봉(김영철)과 함께 간 낚시터에선 "조금 먼 곳에 간다"며 비통한 눈물을 흘렸다.
모친 장경옥(서이숙)이 자신의 수의를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는 "대체 어떤 손님이길래 은퇴한 우리 엄마 바느질 하게 만드냐"며 삼켜내는 감정을 능슥하게 조절했고, 서지건(이상우)에게는 "좀 살라달라"며 애원하는 등 온 얼굴 근육을 움직일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극 초반과 후반의 유현기는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일 정도로 간극이 컸고, 이를 어색하지 않게 풀어낸 게 이필모다. 경력이 오래된 배우를 두고 연기를 잘 했다고 말하기도 머쓱하지만 일정부분 납득하기 어려운 전개에도 불구하고 '연기'가 곧 '개연성'이도록 활약한 점은 분명 칭찬하고 넘어갈 일이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MBC 홈페이지]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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