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5년 만에 영화배우로 나선 오만석과 마주했다. 영화 ‘우리동네’의 살인자, ‘카운트다운’의 조폭 등 강렬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은 이후 좀처럼 스크린에서 만나 볼 수 없었다.
“‘우리동네’ 출연 그 뒤로 대부분 ‘묻지 마 살인범’ 역할로만 제안이 들어왔었어요. 비슷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당시에는 또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신작을 결정하기까지 텀이 길어졌는데, 너무 오래 길어지만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역할이라도 불러주시면 도전해야겠다 싶었죠.”
이 찰나에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올레’를 만난 것이다. 극 중 아나운서 은동 역할을 맡아 수탁 역의 박희순, 중필 역의 신하균과 호흡을 맞췄다. 개성 강한 두 캐릭터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며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실 영화에서 그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은 아니에요.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민망하고, 조연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들 무리 중에 중재 역할을 하는 사람이 꼭 한 명쯤은 있잖아요. 은동이가 그런 인물이에요. 수탁과 중필 사이, 중간에서 말리는 그런 친구의 모습을 편하게 풀어보려 했어요. 특별한 설정을 넣으면 방해될 것 같아 마음을 비우고 시작했습니다.”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세 캐릭터의 트리플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었던 건 오만석의 공이 컸다. 신하균 역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은동은 셋의 앙상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라며 “어떤 배우가 맡을지 무척 궁금했는데 오만석이 연기해 역시나 잘 소화했다. 전체를 보면서 연기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올레’에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어요. 박희순 선배, 신하균은 원래 그 전부터 함께 출연하고 싶은 배우들이었어요. 희순 선배와 연극은 해봤지만 영화는 처음이었고 신하균은 오며가며 인사만 나눴던 사이였어요. 함께 제주도에서 촬영하면 좋은 추억 거리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로 우정을 얻었네요. 채두병 감독님도 워낙 유쾌하신 분이고 무척 재밌게 촬영했습니다. 촬영 후 매일 밤마다 막걸리를 마셨는데 그 하루하루가 되게 즐거웠어요.”
오만석은 힐링 무비를 찍다 오히려 자신이 힐링을 받고 돌아왔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알게 모르게 고민이 쌓였었다고 한다.
"사실 요즘 딜레마에 빠져 있었어요. 도전하고 싶은 분야도 많아지고 솔직히 예전보다 훨씬 생활도 좋아지고 윤택해졌지만 한편으로는 다 내려놓으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올레’를 찍으면서 뒤도 돌아보고 살아야 겠다, 너무 앞만 보고 살았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올레’는 일상에 지친 어른들의 일탈기를 담은 영화다. 중필, 수탁, 은동이 서울의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나 뜻밖의 제주도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우연치 않게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쉼표를 맞이한다.
“과거에는 저 역시 영화 속 수탁처럼 즉흥적인 사람이었어요. 예전 같으면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네요. 그런 의미에서 나이 들어가는 걸 느껴요. 젊음에서 멀어지고 있는 기분이네요. 사랑을 대하는 자세 역시 마찬가지에요. 용기 있는 스타일이었는데 세월과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변하게 된 거 같아요.”
젊음에서 멀어졌다고 하지만, 2030 세대 못지않게 활기찬 인생을 즐기고 있는 오만석이었다.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5일 영화 개봉과 더불어 뮤지컬 ‘그날들’ 공연의 포문을 연다. 또 tvN ‘현장토크쇼 택시’ MC로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로 활약 중이다. 오는 11월에는 E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촬영차 쿠바로 떠난다고 한다.
“가끔 저를 뮤지컬배우로만 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어떤 한 분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고 봐요. 다방면을 아우르는 직업이죠. 저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고 앞으로도 끊임 없이 도전하며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도전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웃음).”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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