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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브링홈: 아버지의 땅', 600만 티벳인들의 여전히 진행 중인 실화이기에 안타깝고 그래서 텐진 릭돌의 날갯짓은 더 감동이 크다.
다큐멘터리 '브링 홈: 아버지의 땅'(감독 텐진 체탕 초클리)은 네팔 정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생에 단 한 번도 고향 땅을 밟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건 17개월 텐진 릭돌의 프로젝트다. 텐진 릭돌 또한 자신의 고향 땅, 부모가 태어난 티벳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1959년, 중국이 티벳을 강제점령하고 14대 달라이 라마는 인도에 있다. 14대 달라이 라마는 티벳의 주권 보호와 비폭력적 자치를 추구하는 인물로, 티벳인들의 꺾이지 않은 사상을 드러내며 텐진 릭돌의 티벳 흙 퍼포먼스를 무사히 마칠 것을 기도한다.
'브링 홈: 아버지의 땅'은 유명 아티스트인 텐진 릭돌의 작은 생각에서 피어난 나비효과로 이뤄진 이야기를 담은, 의미있는 다큐멘터리다. 릭돌의 사랑하는 아버지는 티벳인이었지만 '망명자' 신분으로 각 나라를 떠돌아다니게 됐고 유언으로 "한 번만이라도 고국의 땅을, 흙을 밟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
아들 텐진 릭돌은 아버지의 소원을, 그리고 아버지와 같은 수많은 망명자들의 넋을, 전세계에 지금도 퍼져있는 티벳인들을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는 티벳에 있는 35톤의 흙을 망명자들이 가장 많이 있는 인도로 공수해와, 망명자들에게 고국의 흙을 밟게 해주자는 것. 국경을 넘어야 했고 중국 공안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이 티벳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수행하고자 한다.
텐진 릭돌은, 네팔에서 태어나 한 번도 티벳을 밟아보지 못한 '티벳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가리켜 "티벳 역사의 산물입니다"라고 소개한 망명자 2세다.
흙 퍼포먼스를 준비하기 위해, 텐진 릭돌은 절친인 톱텐과 여러 가지 단계들을 구상했고 위험할 수 있으니 네팔에 있는 티벳인들은 끌어들이지 말자는 규칙을 세웠다. 2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티벳 흙 국경넘기 과정은 결국 17개월, 50개의 검문소와 무려 2,000km나 수많은 지역을 떠돈 끝에 인도의 한 지역으로 도착하게 됐고 그 곳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퍼포먼스의 제목은 'OUR LAND, OUR PEOPLE'(우리 땅, 우리 민족)이었다. 혹시 모를 마지막 위협을 피하기 위해 퍼포먼스 전날 밤에서야 공개된 퍼포먼스는, 입소문을 타고 약 6천 여명의 티벳 망명자들을 불러모으는데 성공했고, 티벳 땅을 한 번도 밟지 못한 망명자 2세, 3세들과 고국을 떠나온지 약 50년 세월이 지난,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노인들까지 흙을 밟게 했다.
35톤으로 계획됐던 네팔 흙 프로젝트는 20톤이 됐지만 네팔의 향, 네팔 민족들의 정신은 온전히 그 흙 안에 담겨있었다. 해외 토픽으로도 소개된 텐진 릭돌의 퍼포먼스는 정부나 중국에 대한 폭력적 저항이 아닌, 달라이 라마가 말했던 비폭력 퍼포먼스였다. 현재까지도 티벳인들은 인도, 네팔을 포함해 전세계에 퍼져있다.
'브링 홈: 아버지의 땅'이 더욱 슬프게 다가오는 것은, 티벳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역사가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텐진 릭돌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큰 울림이 될 것이다. 오는 9월 1일 개봉.
[다큐멘터리 영화 '브링 홈: 아버지의 땅' 포스터 스틸. 사진 = 버디필름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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