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유준상, 그야말로 순백의 도화지 같은 배우다. 젠틀한 중년의 얼굴 뒤에는 엘리트 검사(2010년 '이끼'), 다정다감한 국민 남편(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 논리의 제왕(2015년 '풍문으로 들었소'), 살인마를 쫓는 화가(2015년 '성난 화가')까지 다양한 모습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에서 조선 말기 최고 권력자 흥선대원군으로 변신했다. 그간 영화·드라마 등에서 자주 등장했던 인물이지만 유준상의 색깔이 담긴 흥선대원군은 또 달랐다. 짧은 분량임에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흥선대원군 역할이 많은 배우분을 거쳐 갔는데 영상물을 참고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면 저도 모르게 따라하려 해서 비슷한 느낌을 풍길 수 있거든요. 대신 자료를 많이 참고했어요. 그동안 뮤지컬에서는 흥선대원군 캐릭터보다 더 센 역할들도 소화했었는데 영화팬들에겐 흥선대원군을 맡은 제 모습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유준상은 기존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극 중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김정호(차승원)의 지도를 독점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인물을 완벽 소화했다.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기까지에는 숨은 노력이 있었다.
"항상 무엇을 하든지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편이에요. 하던 대로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제일 위험한 거예요. 흥선대원군 캐스팅을 확정하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갔어요. 먼저 남양주에 있는 흥선대원군 묘에 들러 마음을 다 잡았어요. 그리고 극 중 난을 그리는 장면을 위해 수묵화의 대가 박대성 화백에게 수업도 받았죠."
그는 영화 속 단 한 장면의 완성도를 위해 경주까지 달려갔다. 세 달 동안 주 3회 경주를 찾아 박대성 화백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다. 이 결과 '고산자'에서 흥선대원군의 위엄을 드러내며 능숙하게 난을 치는 신을 만들어냈다. 유준상 역시 그런 자신이 뿌듯한 듯 인터뷰 중간 조심스럽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사진첩에는 그간 노력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그는 이 시간이 단순 난 그리기 수업이 아닌 자아 성찰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박대성 화백의 지인분들 중 역사학자 선생님들이 많아서 흥선대원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접할 수 있었어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예술적으로 뛰어나셨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얘기들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됐고 영화 속 흥선대원군과도 잘 맞아 떨어졌어요. 여러 가지 공부를 하면서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느꼈고 흥선대원군만의 이야기로 작품이 나와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꼭 한 번 다시 연기해봤으면 좋겠어요."
유준상은 '고산자'에서처럼 흥선대원군과 김정호가 한 번쯤은 만나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역사에선 기록된 바 없는 부분이지만 대동여지도를 만든 사람이라면 관심을 보였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추측일 뿐. 유준상도 최근 역사물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역사왜곡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고산자'뿐만 아니라 워낙 요즘 여러 편의 역사물이 개봉되고 있잖아요. 저도 국민으로서 혹여 잘못된 사실이 전달되지는 않을까, 이런 부분에 대해 무척 신경이 쓰여요. 참 어려운 문제인 거 같아요.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도 없고 이야기가 되려면 꾸며야 하는데 그렇다고 재미만 줄 수는 또 없고요. 물론, 감독님이나 작가분들보다는 배우가 부담이 덜하겠지만 표현하는 입장에서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봐요."
유준상은 배우와 더불어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능엔터테이너이기도 하다. 현재 뮤지컬 '그날들'을 공연 중이다. 영화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로 감독 데뷔도 했다. 연출과 함께 각본, 주연 모두 도맡았다. 제이앤조이 20(Jn JOY 20)이라는 밴드도 꾸리고 있다. 유준상을 이토록 쉴 틈 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역시나 연기에 대한 열정 덕분이었다.
"더 좋은 방향의 배우로 가기 위해서 끊임 없이 도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감성을 충전하기 위해 계속 무대에 서는 거고 음악도 마찬가지고요. 덕분에 생각들도 풍부해지고 많은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연결고리도 생겨요. 관객과 만나는 시간들이 가장 즐겁기도 하고요. 저 스스로도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관객들을 만나면 정말 아 하길 잘했다고 깨닫죠. 시간은 거짓말을 안 하잖아요. 점점 경험이 쌓여갈수록 배우로서도 큰 도움이 되고 이런 부분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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