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3선발 송승준의 공백. 롯데의 한 시즌이 흔들린 근본적인 이유였다.
140전 64승 76패. 롯데 자이언츠는 시즌을 4경기 앞둔 상황에서 그렇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감독 교체, 과감한 투자, 외인 3인방과의 빠른 계약 등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했으나 결과는 4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었다.
롯데의 이러한 결과에는 NC전 극심한 열세(1승 15패), 시즌 막바지 찾아온 셋업맨 윤길현의 부진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믿었던 3선발 송승준이 계산에서 이탈한 부분이 한 몫을 했다. 전력의 한 축인 토종 에이스가 무너짐에 따라 롯데는 시즌 내내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시즌에 앞서 롯데가 구상한 선발 로테이션은 린드블럼-레일리-송승준-고원준-박세웅 순. 지난해 무려 32승을 책임진 외인 듀오·송승준이 중심을 잡고, 어린 박세웅을 4, 5선발 자리에서 부담 없이 성장시키려는 의도였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선발이자 토종 에이스 위치에 있는 송승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했다.
송승준도 시즌에 앞서 롯데와 4년 총액 40억 원의 FA 계약을 맺고 “묵묵히 연습에 매진해 소리 없이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라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책임감을 내비쳤다. 36살의 적지 않는 나이였지만 어쨌든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세 자릿수 이닝을 소화한 그였기에 올해 역시 최소 7, 8승 정도는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시작부터 불안했다. 시즌 첫 등판(4월 3일 고척 넥센전)부터 4⅔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던 것. 이후 2경기 만에 햄스트링 근염좌로 전력에서 이탈했으며, 5월 4일 KIA전에서 복귀했지만 5월 3경기 평균자책점 10.03으로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송승준은 결국 7월 4경기서 평균자책점 10.90을 기록, 사실상 시즌을 마감했다. 7월 29일 kt전(2이닝 7실점) 이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가 남긴 성적은 10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8.71.
외인 듀오가 지난해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송승준까지 무너지자 롯데 선발진은 급격히 흔들렸다. 4, 5선발 자원이었던 21살 박세웅은 사실상 토종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고, 스프링캠프서 선발 수업을 받지 않은 박진형이 로테이션에 투입됐다. 또한 트레이드로 노경은을 영입, 롯데는 시험 무대가 아닌 실전 무대에서 선발진을 재구성했다.
이미 여기서부터 롯데는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동력을 잃었다. 송승준 덕(?)에 어린 박세웅, 박진형, 이성민 등이 풍부한 경험을 쌓고, 박시영이라는 새 얼굴이 등장하는 의도치 않은 세대교체가 단행됐으나 이들 만으로 시즌을 운영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한 시즌을 책임져야 할 선발 자원의 이탈에 롯데는 올해도 쓸쓸한 가을을 맞이하게 됐다.
[송승준.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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