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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강호동이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사라졌다. 상당히 이례적 일이다.
지난 4일 3년 6개월 동안 시청자와 만나왔던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이 종영했다. ‘예체능’은 지난 8월 SBS ‘스타킹’ 폐지 후 강호동이 출연 중인 마지막 지상파 프로그램으로, ‘예체능’까지 폐지됨에 따라 자연히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강호동은 지난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후 23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인으로 활약해왔다.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잠시 활동을 잠정 중단했던 1년여의 시간을 제외하면, 대한민국 예능의 역사가 강호동과 함께 쓰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994년 ‘오늘은 좋은 날’ 코너 ‘소나기’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행님아”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고, “쿵쿵따리 쿵쿵따~”(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코너 ‘공포의 쿵쿵따’)를 남녀노소 따라 부르도록 만들었다. 그가 진행을 맡은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스타들의 등용문이었으며 SBS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 ‘일요일이좋다-X맨’ 등은 2000년대 예능프로의 상징이 됐다. 여기에 SBS ‘스타킹’과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등 수 많은 프로그램들이 MC 강호동 덕에 한국 예능사에 큰 족적을 남기며 사랑 받았다.
이런 그가 스타의 자리에 오른 후 처음으로 자의반 타의반, 지상파 프로그램 없이 종편과 케이블에 올인한다. 어찌 보면 강호동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이 시기, 그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사실 자숙의 시간을 가진 강호동은 예전만큼의 영화를 누리지 못했다. 급변하는 예능판에서 강호동이 자리를 비운 1년 2개월여의 시간은 큰 간극을 만들어냈다. 강호동의 진행 스타일이 더 이상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에 맞지 않는다는 평이 일었고, ‘강호동 위기론’이 빠끔히 머리를 디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강호동은 자신을 향한 평이 무색하도록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여러 프로그램이 강호동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폐지되길 반복했다.
최근 한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듯 이 책임을 강호동이 떠안을 필요가 없었지만 그가 가진 이름의 힘, 왕좌의 무게가 있었기에 강호동이 오롯이 짐을 짊어졌다. ‘예체능’과 ‘스타킹’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주목해야 할 건, 짧은 수명의 예능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이 시기 두 프로그램이 이만큼 장수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맞춰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날 때도 오랜 시간 사랑 받은 프로그램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해준 건 바로 강호동이라는 큰 산이었다.
이런 강호동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상파가 아닌 종편에서다. 그 대표격이 JTBC ‘아는 형님’이다. ‘아는 형님’의 강호동은 예전처럼 후배들이 범접할 수 없는 강한 형님이었지만 세월이 흐른 듯 후배들의 하극상에 얼굴을 붉히며 일부러 져줄 줄 아는 유연함도 겸비했다. 자신을 내려놓으며 프로그램의 웃음을 만든 강호동의 간극들이 재미를 견인하는데 일조, 후배들과 더할나위 없는 케미를 발산하며 종편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했다.
강호동은 지상파가 아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준 종편과 새로운 시험대가 될 케이블에서 다시 날갯짓을 시작한다. 자신을 발굴해준 이경규와 함께 JTBC ‘한끼줍쇼’에서 자신의 또 다른 특장점인 먹방까지 더해 시청자를 찾는다. 올리브 TV ‘한식대첩4’의 MC로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시험 중이며, 영원한 동반자 나영석 PD와 tvN ‘신서유기’로 검증된 웃음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앞서 강호동은 ‘예체능’ 100회 기자간담회에서 “프로그램이 탄생을 하고 성장하고 꽃을 피운다. 또 생명이 다해 없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방송 활동을 해 오면서 능력에 비해 과대평가를 받기도 했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을 때도 있었다. 반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방송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도리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도 혼자서 이뤄지지 않듯이 프로그램 역시 많은 분들이 함께 만든다. 그분들과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의해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호동이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해왔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그는 항상 방송인으로서 도리를 다하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왔다. 지금의 강호동 역시 그러할 뿐이다.
[강호동.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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