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드넓은 사막, 좁혀지는 추격.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턱턱 막힌다. ‘제발, 잡히지 마라’를 응원하는 심정. 바위산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사냥개한테 물릴까, 인간 사냥꾼의 총에 맞으면 어떡하나. 손에선 땀이 흐른다. 그렇다, ‘디시에르토’는 쫓고 쫓기는 사막 생존 스릴러의 끝판왕이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모세(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국경지대를 건너다 살벌한 킬러 샘(제프리 딘 모건)이 일행들을 총살하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다. 함께 움직이는 동료가 하나 둘씩 살해 당하고, 모세는 여자와 단 둘이 남는다.
조나스 쿠아론 감독의 ‘디시에르토’는 일찌감치 ‘사막판 그래비티’로 불렸다. 그도 그럴것이, 조나스 쿠아론 감독은 아버지 알폰소 쿠아론과 함께 ‘그래비티’의 각본을 썼다. ‘그래비티’가 광활한 우주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지구로 귀환해 생존하는 이야기라면, ‘디시에르토’는 황량한 사막에서 목숨을 걸고 살아남는 이야기다.
아버지와 아들의 ‘생존 2부작’으로 불러도 좋을만큼, 두 영화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귀환하고 탈출하는 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담아냈다.
‘디시에르토’는 생존 이야기 못지 않게 불법 이민자 문제를 냉혹한 스릴러로 담아낸 작품이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불법 이민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추방에 나서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는 듯한 이 영화는 국경의 철조망이 인간을 얼마나 황폐화시키는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샘은 불법 이민자들이 자신의 자유를 뺏어갔다고 절규한다. 그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린다. 뜨거운 사막에 관용의 중력은 없다. 오직 증오의 중력만이 작동한다.
모세가 철조망을 넘는 순간, 지옥의 문이 열린다. 샘의 총알은 빗나가지 않고, 샘의 사냥개 트래커의 이빨은 날카롭고, 포악하다. 사냥개의 헐떡이는 숨소리는 심장 박동수를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특히 후반 30분 샘과 모세의 추격전은 근래 보기 드문 처절한 생존극을 강도를 높인다. 트래커의 이빨이 번쩍일 때마다, 샘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때마다 관객의 심장은 쿵쾅쿵쾅 뛴다.
사막은 말이 없다. 샘의 분노와 모세의 생존 만이 치열하게 부딪힌다. 끝내 정적이 흐른다.
10월 5일 개봉.
[사진 제공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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