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허구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 전자는 낭만적이고, 후자는 현실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사람도 이야기의 중력이 강력하면 끌려들어간다. 팀 버튼의 영화가 그렇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과 ‘빅피쉬’의 공통점은 할아버지(아버지)가 손자(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다. ‘미스 페레그린’의 할아버지는 손자 제이크(에이사 버터필드)에게, ‘빅피쉬’의 아버지 에드워드(앨버트 피니)는 아들 빌(빌리 크루덥)에게 젊은 시절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그들의 경험담은 판타지로 채색된 기상천외한 모험이다. ‘미스 페레그린’의 할아버지는 별종의 능력을 갖춘 다양한 아이들과 나눴던 이야기를 아들에게 말했지만, 아들은 믿지 않았다. 대신 손자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같은 타임 루프를 경험하는 판타지 세계를 공유한다.
‘빅피쉬’의 빌 역시 아버지의 과거를 허풍으로 여겼다. 큰 물고기가 반지를 삼킨 사건부터 거인과 여행하며 서커스단에 들어갔다가 3년의 기다림과 군 입대 끝에 이뤄진 엄마와의 결혼, 그리고 돈을 버는 일까지 아버지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준 이야기를 낭만적 거짓으로 판단했다. 빌은 아버지의 거짓말이 듣기 싫어 기자가 됐는지 모른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기 위해 정확한 ‘사실(팩트)’만 기록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빌은 창고에 보관된 서류를 들고 한 여인을 찾았다가 아버지의 모험이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리얼리스트가 판타지를 믿게 되는 순간이다. 그는 훗날 아들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팀 버튼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구분짓지 않는다. 그는 경계선 위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를 보듬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가 창조해낸 세계에서 가위손은 춤을 추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움직이고, 에드워드가 황수선화 밭에서 프러포즈를 하고, 제이크는 미스 페레그린과 힘을 합쳐 어둠의 세력 할로게스트에 맞선다.
빌과 제이크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몰랐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때론 이야기가 사실보다 힘이 세다. 세계는 팩트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로 작동하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빅피쉬’의 빌은 “그 자신이 이야기가 된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사후에도 이야기로 남아, 불멸이 되었다”라고 아버지를 추모한다.
에드워드처럼, 우리 모두는 결국 이야기로 남는다.
[사진 제공 = 20세기폭스, 콜롬비아 픽처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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