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장은상 기자] “팬들에게 미안한 한 해였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5일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5번째 맞대결을 끝으로 새로운 홈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에서의 한 시즌을 마쳤다. 잔여경기 2경기를 남겨 놓은 삼성은 이제 광주, 문학 원정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한다.
삼성에게 있어서는 창단 이래 가장 ‘다사다난’한 시즌이었다. 일련의 사건들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정규시즌을 맞이했고, 부상자 속출과 외국인 선수 부진이라는 변수가 맞물려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낯선 가을 분위기에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팬들은 맹목적인 비난만을 쏟아 내지는 않았다. 팬들은 마지막 대구 홈 3연전에서 여전히 열띤 응원을 보내 올 시즌 라팍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열성적인 응원을 받은 선수들에게 라팍 첫 시즌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지난 5일 팀의 상징인 이승엽에게 다사다난 했던 올 시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물론이다. 새로운 홈구장에서의 1년이라 더욱 그런 기분이 든다. 다만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지난해와 달리 정말 완벽한 구장에서 행복한 야구를 했는데 성적은 아쉽다. 기대했던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참이자 팀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마음이 무겁다.
- 비시즌이 길어졌다. 내년을 준비하는 방법에 변화가 있나.
“일단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먼저다. 푹 쉬면서 몸 관리를 할 생각이다. 나이가 있는 만큼 영양섭취가 중요하다. 좋은 것을 많이 먹기보다는 적당히 조절해 먹으려고 한다. 또 야구장이 워낙 좋으니까 이런 좋은 환경을 십분 활용하려 한다. 그냥 비워두기에는 아까운 구장이다.
- 올 시즌 홈에서 600홈런도 달성했고, 이후 또다시 홈런을 쳤다. 팬들에게 기분 좋은 선물을 많이 한 것 같다.
“선물이라기보다는 프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항상 좋은 모습, 또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프로선수로서 책임이자 의무다. 다만 선수들도 마음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유독 심하게 질타와 비난을 받는 후배들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프다. 팬들께서 조금만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물론 선수들도 팬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질타와 비난도 감수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시즌동안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핑계지만 일단 부상 전력이 많았다. 외국인 선수도 부진했고, 여러모로 정상적으로 쳇바퀴가 돌아간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부잣집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는데...(웃음) 전력만 정상적으로 잘 짜여 진다면 우리 팀은 결코 약팀이 아니다. 비시즌 잘 준비해서 올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홈팬들의 응원은 여전히 뜨겁다. 혹시 어제 팬들이 준비한 플래카드를 봤나?
“플래카드? 경기 중이라 볼 수 없었다. 뭐라고 써있었나? (사진을 본 후) 대단한 팬들이다.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까지 격려를 해주시니 정말 힘이 난다. 새삼 응원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진다. 야구장을 자주 찾아주시는 팬들 중에는 얼굴이 낯익은 분들도 많다. 올해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 아쉽다. 선수들이 팬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인터뷰를 마친 이승엽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이날 경기를 준비했다.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그는 KIA와의 경기에서 2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그라운드에 나와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직접 찾아준 팬들을 향해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승엽(상, 중) 팬들이 준비한 현수막 응원(하).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및 KBSN 중계화면 캡쳐]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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