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이후광 기자] “부끄럽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 강민호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가장 먼저 한 말이다. 그랬다. 롯데는 올해도 부푼 기대를 안고 한 시즌을 출발했으나 또 다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중위권은 고사하고 8일 넥센 최종전에서 이긴다 해도 최대 8위까지 밖에 올라갈 수 없다. 사실상 지난해(8위, 66승 1무 77패)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진 셈.
주장을 맡아 시즌 내내 헌신했던 강민호였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그는 올해도 변함없이 116경기 타율 0.323 20홈런 72타점의 성적을 내며 팀 타선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수비에서도 투수들이 “왜 국가대표 포수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든든하다”라고 호평할 정도로 이전보다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8월 중순부터 약 3주 간 무릎 부상으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하긴 했지만 성실히 재활에 임하며 복귀시점을 앞당겼다. 수비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지명타자로 꾸준히 출장,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과시했다.
강민호는 지난 6일 허리통증을 이유로 1군에서 말소된 상태에서도 7일 사직구장으로 직접 나와 팀원들을 독려했다.
다음은 강민호와의 일문일답.
-현재 몸 상태는.
"무릎은 많이 나아졌는데 허리에 통증이 찾아왔다."
-팀이 또 다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한 시즌을 치른 소감은.
“부끄럽다. 6일 같은 경우 LG가 우리를 이기면서 4위를 확정지었고, 지난 화요일에는 두산이 우리를 이기고 리그 최다승을 경신했다. 다 같이 노력했는데 우리만 처진다는 것이 부끄러우면서도 악이 오른다. 내년에는 들러리로 전락하고 싶지 않다.”
-주장으로서의 한 시즌은 어땠나.
“힘들었다기보다는 야구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예전에는 단순히 내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장을 맡으면서 나와 팀을 함께 생각하게 됐다. 야구를 준비하는 자세 자체가 달라졌다.”
-올 시즌 그래도 마운드에서 새 얼굴이 많이 나왔다. 주장이 보는 이들은 어떠한가.
“박세웅, 박진형, 박시영 등 모두 앞으로 자이언츠를 이끌어야 할 선수들이다. 항상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지금 경기에 자주 나선다고 스타가 된 게 아니라고. 안주하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 체격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하지만 갖고 있는 게 많은 선수들이다. 또한 사생활 없이 운동에만 전념하는 선수들이라 성장 가능성은 더욱 크다.”
-또한 본인의 부상으로 많은 후보 포수들 역시 경험을 쌓았다. 어떻게 봤는가.
“김사훈, 김준태 모두 잘해줬다. 내가 신인 때는 이들만큼 하지도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줘서 고맙다.”
-팀이 아닌 포수 강민호로서의 올 시즌은 어떠했나.
“가장 아쉬운 건 역시 부상이었다. 스프링캠프 때 부상 방지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결국 부상을 당했다. 투수 리드 측면에서도 정신적으로 내가 먼저 무너진 적이 많아 아쉽다. 올해 유독 우리 팀 마운드가 많이 흔들렸는데 도움이 많이 못 돼 아쉽다. 앞으로 더 공부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
“사실 8, 9월이 됐을 때 많이 힘들었다. 만약 예전 같았으면 출전시간을 조절하면서 내 몸에 맞게 체력을 관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장이었기 때문에 나만 생각할 수 없었다. 감독님이 쉬라고 해도 팀에 보탬이 되고자 경기에 나섰다.”
-올해 가장 아쉬웠던 경기를 꼽는다면.
“7월 중순에 4연속 위닝시리즈를 거두고 LG, kt와 수도권 원정 6연전을 치렀다. 당시 5할 승률에서 +3을 기록하고 있어서 선수들에게 6연전에서 확실히 치고 올라가보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입이 방정이었다. 당시 6연전에서 1승 5패한 부분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 팀은 올해 유독 선수들이 부진했다.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그랬고, (송)승준이형은 전력에서 빠졌다. (최)준석이형도 지난해만큼 활약을 못 펼쳤다. 조원우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크게 간섭하지 않고 항상 기본기만 지키라고 말씀하신다. 정말 좋으신 분이다. 성적이 안 나와서 죄송한 마음뿐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차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무릎이 좋지 못한데 대회에 나갈 수 있나.
“사실 엔트리 발표 후 KBO에 무릎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출전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말을 전했다. 나는 포수로 뽑혔기 때문에 수비가 안 되면 대회에 나가면 안 된다. 물론 무릎이 나아지면 당연히 참가할 것이다.”
-올 한해 주장으로서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음 시즌 누가 주장을 이어받았으면 좋겠는가.
“(황)재균이가 롯데에 남아서 주장을 했으면 좋겠다(웃음). 재균이는 주장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당시 임시주장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강민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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