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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론 하워드 감독의 다큐멘터리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는 세계 대중음악사에 혁명을 일으킨 비틀스의 순수한 열정과 고뇌에 찬 방황, 그리고 명반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을 통해 록의 전설로 평가받는 과정을 시종 흥미롭게 담아낸 작품이다. 리버풀의 청년 4명(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이 세계를 점령하고 우상으로 떠오른 순간부터 정체성의 모색기를 거쳐 역사상 최고의 밴드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핵심 멤버와 관계자들의 인터뷰, 자료 화면과 스틸컷 등으로 생생하게 되살렸다. 이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나면 그들이 왜 신화가 됐는지 이해할 것이다.
론 하워드 감독은 기성세대를 향한 도발, 음악을 향한 진정한 사랑, 서로를 배려하는 우정, 지치고 힘든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용기에 방점을 찍으며 비틀스의 신화를 더욱 또렷하게 각인시킨다. 그들은 명성에 기대어 나태해지거나 스타덤에 올라 거만해지지 않았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한 채 창작의 희열 속으로 자신들을 밀어넣었다.
이 영화는 1963년부터 1966년까지 비틀스를 무대에서 볼 수 있었던 유일했던 4년 동안의 이야기를 재생한다. 리버풀의 지하 클럽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뒤 미국 시스타디움의 5만 5000여명 앞에서 공연하는 하이라이트에 이르는 동안 영화감독 리처드 커티스, 영화배우 시고니 위버, 우피 골드버그 등의 인터뷰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녹여내 그들이 불러 일으킨 음악적 파장과 문화적 신드롬을 더욱 풍성하게 전달한다.
새로운 음반이 나오는 시점을 기준으로 그들의 성장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편집은 리드미컬하고, 각 앨범을 대표하는 히트곡을 적절하게 배치한 선곡 역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는 깊어진다. 밴드가 세계적 명성을 쌓을수록, 그들의 음악적 고뇌는 꿈틀거렸다. 예기치않게 찾아온 3개월간의 휴식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음악적 이상을 향한 발판이었다. 4년간의 투어는 그들을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또다른 족쇄였다. 비틀스는 스튜디오로 돌아가 음악에 집중함으로써 스스로 족쇄를 풀었다. 외부 환경에 의해 성장을 강요당한 청춘이 내적 에너지를 발산시켜 다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드라마틱한 삶의 전환이 이 다큐멘터리에 담겨있다.
감당하기 어려웠던 과도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음악적 본질을 파고 들어가는 후반부는 비틀스 신화가 어떻게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들은 겉만 번지르르한 스타가 아니라 속이 꽉 찬 아티스트였다(롤링스톤스가 꼽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반 500위 중에서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는 1위를 차지했다).
대중음악사는 비틀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비틀스는 ‘약동하는 1960년대의 대변자’였다. 그러나 그들은 1960년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비틀스는 영원한 청춘의 아이콘이다.
10월 20일 개봉.
[사진 제공 = 미디어로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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