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염경엽 감독, 울먹임 가까스로 참았다

[마이데일리 = 잠실 고동현 기자] 어렵사리 말문을 꺼냈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5로 패한 뒤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염경엽 감독은 2013년 넥센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갔다. 감독 데뷔 이후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2014년에는 절대강자였던 삼성의 아성을 위협했으며 올해도 최약체라는 평가를 딛고 팀을 정규시즌 3위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프로의 세계에 영원한 것은 없었다. 시즌 중반부터 소속팀과의 불협화음이 바깥으로 표출되기 시작했고 이는 2016년이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경기 이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염경엽 감독은 "시리즈 전체적으로 수비가 무너진 것 같다. 득점 찬스에서 안 된 것도 어렵게 한 것 같다. 마지막날이라 할 말은 없다. 1년 동안 선수들 수고 했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감독의 역량이 부족해서 마무리가 좋지 않았던 것 구단과 팬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가지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쉽사리 다음 말은 나오지 않았.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울먹 거리는 것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그는 "넥센 감독으로서 4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우승하고 싶었지만 역량이 부족해서 구단과 팬들에게 우승을 못 이뤄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자진사퇴를 암시했다.

이어 염 감독은 "개인적으로 2014년에 우승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가장 아쉽다.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구단하고 팬들에게 죄송하다. 실패의 책임은 감독인 나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부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진사퇴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다만 마지막 자리에서는 구단과 이장석 대표에 대해 그동안의 불만을 드러내는 것 대신 고마움을 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는 "넥센은 5년 동안 내 야구인생에서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경험을 했고 함께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프로 세계에서는 영원한 것은 없다. 스쳐가는 인연인데 감독과 선수로서 많은 도움이 됐던 인연으로 기억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감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이장석 대표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고마움은 평생 간직하겠다"고 전했다.

염 감독이 자진사퇴를 선언하며 시즌 종료 후 스토브리그는 더욱 격동 속으로 빠져들 듯 하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조용히 떠나고 싶다"며 "감독 노이즈가 나오는건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인터뷰실을 빠져 나갔다.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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