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X채수빈X옥자연 '블랙버드', 파격 소재 뛰어넘는 진심 전할까 (종합)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블랙버드'가 배우들의 감성을 관객들에게도 전할 수 있을까.

19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진행된 연극 '블랙버드' 프레스콜에서는 문삼화 연출을 비롯 배우 조재현, 채수빈, 옥자연이 참석해 작품 시연 및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블랙버드'는 '열두 살 소녀와 중년 남자의 금지된 섹스, 그리고 15년 만의 만남'이라는 실화를 소재로 하는 작품. 두 인물의 어긋난 기억을 대변하는 듯 파편처럼 분절되는 대사, 끝까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야기 전개, 단 두 명의 배우가 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숨소리조차 내기 힘든 팽팽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완전히 압도한다.

이날 문삼화 연출은 "대본을 각색하고 연출하면서 한문장으로 써있지 않고 파편적으로 써있다. 단어, 무의미한 단어의 반복이 많고 마침표 등이 굉장히 낯선 글쓰기였다"며 "작가가 왜 그렇게 썼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을 하다 보니 이 작품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았나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편한 소재임에도 인기를 모든 작품에 대해 "나도 그게 의문이었다. 처음엔 '이 대본이 왜 이렇게 상을 많이 받았지?' 했다. 왜냐하면 낯설었다. 스토리텔링이 명확하거나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아 나조차도 낯설었다"며 "그런데 연습하면서 훨씬 재밌었다. 하루하루 재밌는걸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도 질문이 이어지겠지만 이 작가의 글쓰기는 기존 글쓰기 방식과 다르다. 이 사람은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없다"며 "그냥 주어진 상황, 던져진 상황에서 인물들의 관계, 행동, 거기에 놓여져 있는 회색지대에 놓여져 있는 사람이다. '블랙버드'가 그런 작품이다. 그런 매력 때문인 것 같다. 왜 이렇게 상을 받았는지 이제 이해된다"고 말했다.

조재현은 "8년 전 이 연극을 보고 뭔가 다른게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다가 '언젠가 저 공연을 다시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출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생각보다 빨리 하게 됐는데 '언젠가 해야지' 생각한 이유가 색깔이 명확하게 들어가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문삼화 연출이 생각한 것이 원작자가 의도한 것에 맞게 디자인 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블랙버드'는 소아성애자가 소재로 다뤄지는 작품. 이와 관련, 조재현은 나도 이걸 전면적으로 소재를 다뤘다면 안 했을 것 같다. 접근하고 싶지도 않다"며 "소아성애를 전면에 내세웠으면 접근하고 싶지 않은, 굳이 왜 연극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그 이야기가 아니고 어쨌든 인간 대 인간으로 부딪히고 사형 당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 면에 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채수빈, 옥자연 역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며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강조했다. 채수빈은 "그런 부분이 걱정되긴 했는데 글을 읽었을 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며 "소아성애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고 그 이후 우나와 레이의 기억이 15년 뒤에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는 거라 내용이 흥미롭고 정형화 되지 않은 이야기라 재밌었다. 관객들도 그렇게 느낄 거라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옥자연 역시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거부감부터 다가오진 않았다. 일단 우나에 너무 몰입해서 읽었고, 너무 우나한테 공감할 수가 있었다"며 "여자들이 많이 할 수 있는 경험들, 사랑하는 남자들에게 버려진다거나 어릴 때 나이 많은 사람들을 동경한다거나 그런 부분들을 멀리 있지는 않았고 연습하면서 많이 찾아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한편 연극 '블랙버드'는 오는 11월 13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문의 02-766-6506.

[사진 = 수현재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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