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또 사과와 책임을 외면했다.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크리스탈볼룸. WKBL이 2016-2017시즌 개막 사흘을 앞두고 미디어, 팬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자리였다. 개막 미디어데이는 미디어는 물론이고, 농구 팬들에게 한 시즌을 앞두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다.
WKBL 신선우 총재는 인사말을 통해 농구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정중히 사과해야 했다. 그리고 앞으로 WKBL과 본인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밝혀야 했다. 하지만, 신 총재는 여자농구의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삼성생명의 타이틀스폰서 계약 등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최소한의 사과 한 마디가 없었다. 첼시 리 사태에 대해 여전히 책임질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수 차례 언급했지만, 첼시 리 사태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여자프로농구 팬들과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구단 선수들을 농락한 중대사건이었다. WKBL은 첼시 리가 하나은행에서 국내선수로 뛸 수 있게 승인한 주체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실책이다. 그리고 사건이 법무부, 검찰로 넘어가기 전에 불법적인 일을 밝혀내지 못한 책임도 있다.
그러나 WKBL은 검찰의 수사 중간발표일(6월 15일)에 보도자료로 사과문 한 장을 배포하는 데 그쳤다. 그날 하나은행은 사과문 발표와 동시에 2년 재계약한 감독을 퇴진시켰다. 구단주도 옷을 벗었다. 사무국장은 1개월 감봉됐다. WKBL의 책임 회피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
신 총재는 7월 5일 이사회를 통해 하나은행의 지난 시즌 성적과 첼시 리의 성적을 말소했다. 그리고 올 시즌 외국선수,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 최하위 순번을 배정했다. 페널티 자체는 정당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하나은행에만 뒤집어씌우는 모양새였다. 이사회 직후 신 총재는 "연맹의 책임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다음주 재정위원회를 개최해서 논의할 것이다. 이후 다시 이사회를 열어 정리할 부분이 있으면 정리하겠다"라고 했다.
2주 후(7월 19일) 재정위원회가 열렸다. 그러나 재정위원회는 총재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후 WKBL을 제재하기 위한 인사위원회 혹은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신 총재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모자라 팬들과 취재진에게 거짓말까지 했다.
이러니 사과문 보도자료 한 장으로 첼시 리 사태를 마무리하기에는 WKBL와 신 총재의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 WKBL과 여자농구판에선 첼시 리라는 단어 자체를 쓰면 안 되는 분위기다. 진심 어린 반성과 책임은 없고 사태를 덮는 것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25일 미디어데이는 신 총재가 농구 팬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발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역시 달라진 건 없었다. 결국 신 총재는 한국 여자프로농구의 발전보다는 자신의 자리보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첼시 리 사태를 둘러싼 여론에 귀를 완벽히 닫았다. 그 누구도 신 총재의 잘못된 리더십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신 총재가 갑작스럽게 첼시 리 사태와 관련,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WKBL은 더 이상 농구 팬들의 관심을 먹고 살 자격이 없다. 총재가 농구 팬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데 농구 팬들이 굳이 여자프로농구를 소비할 이유는 없다.
농구계 차원에서 신 총재의 첼시 리 사태에 대한 책임회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혹시 그들도 신 총재 눈치만 본다면 그저 한국농구가 썩었다는 말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신선우 총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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