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참 단순한 접근이다. 그리고 손쉬운 결론이다.
KBL은 3일 재정위원회를 개최했다. 10월 28일 KGC-전자랜드전서 일어났던 11초 사건에 대해 뒤늦게 징계를 내놓았다. 정태균 경기감독관과 해당 계시원에게 1개월 배정정지, 당시 주, 부심에게 5~10일 배정정지 처분을 내렸다. 명백한 솜방망이 처벌이다.
상황은 이랬다. 경기종료 5분34초를 남기고 KGC가 공격했다. 이정현이 우중간에서 슛을 시도하기까지 11초간 샷클락은 정상적으로 흘렀다. 그러나 게임클락은 흐르지 않았다. 이정현의 슛이 빗나가고 KGC가 공격리바운드를 잡자 다시 게임클락이 흘렀다.
엄청난 오류였다. 그 경기는 정상적인 농구가 아니었다. 40분이 아닌 40분11초간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날 두 팀은 혈투를 벌였다. 계시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승패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전자랜드로선 억울한 경기였다.
그 누구도 계시원의 실수와 경기감독관의 방관을 현장에서 바로잡지 못했다. KBL은 경기 후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경기 리뷰를 통해 뒤늦게 사고 내용을 파악했다. 그리고 정확히 6일만에 페널티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KBL의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다. 계시기 사고는 올해만 두 번째다. 2월 16일 KCC-오리온전(2015-2016시즌)서도 3쿼터 3분56초 전부터 24초간 계시기 작동에 오류가 발생했다. 그 경기는 정규시즌 우승팀 결정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인지 당시 KBL은 사건발생 하루 뒤인 17일에 해당 경기감독관과 계시원에게 1년 자격정지를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훨씬 약한 징계다. 혹시 이번 사건은 시즌 초반에 벌어졌으니 순위다툼에 별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24초보다 13초 짧은 11초이니 그만큼 징계가 약해도 된다고 판단했을까. 프로 구단과 선수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
KBL은 여전히 사건사고에 대한 명확한 처벌 기준이 없다. 즉흥적이고 손쉽게 결론을 내릴 뿐이다. 그리고 6일만에 페널티를 내놓은 것도 KBL이 이번 사건을 가볍게 여겼다는 증거다. 통상적으로 재정위원회가 목요일에 열린다고 해도 8개월 전 KCC-오리온전 사고와 접근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KBL은 강력한 페널티, 공식사과와 함께 왜 8개월만에 똑같은 사고가 일어났는지에 대해 농구 팬들에게 자세히 알려야 했다. 그리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알맹이는 쏙 빠진 채 솜방망이 징계만 내리고 넘어갔다. 이대로라면 정 감독관과 해당 계시원, 주, 부심은 그저 5~10일, 1개월 쉬고 다시 경기에 나가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KBL은 올해만 두 차례 벌어진 계시기 사건으로 그 어떤 교훈도 얻을 수 없다.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KBL은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농구가 열리는 모든 경기장의 24초 계시기를 교체했다. 좀 더 디테일하게 샷 클락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였다. 계시기 교체작업이 개막 직전에 진행되면서 계시원들이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건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한 해에만 같은 사고가 두 차례 발생한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한국농구는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올 봄과 여름을 강타한 첼시 리 혈통사기극 이후 WKBL 신선우 총재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다.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종천 전 감독은 KBSN 해설위원 데뷔를 앞뒀다. 심지어 이번 11초 사건의 핵심 책임자 정태균 경기감독관은 사고 다음날(10월 29일) IB스포츠서 LG-모비스전을 버젓이 해설했다. 중립이 생명인 경기감독관이 경기 해설을 병행하는 것도 논란이 될만 하다.(다만 정 감독관은 임시로 해설을 맡았고, 사고 후 해당 방송사에 더 이상 해설을 맡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농구인들의 심각한 도덕불감증과 이번 11초 사건을 대하는 KBL에 공통점이 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농구 팬들을 철저히 무시한다. 그런 사람들이 농구판 곳곳에 있으니 한국농구가 수년째 표류할 수밖에 없다.
[KGC-전자랜드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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