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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남지현이 얼굴을 앞으로 조금 내밀며 턱을 살짝 치켜들더니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촬영장 다니면서 제일 큰 고민이 뭔지 아세요?"
여전히 사투리가 남아있는 말투의 남지현은 '무엇인데요?' 묻자 일순간 눈에 힘을 주며 고복실처럼 말합니다. "오늘 세끼는 또 뭘 먹나?"
스물 한 살 여배우 남지현과 '단골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의 한 파스타집에서 만났습니다. '단골인터뷰'는 스타가 즐겨 찾는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편하게 대화하는 콘셉트로 마이데일리가 새롭게 기획한 인터뷰 코너입니다.
남지현은 인터뷰 후 다른 일정이 있다더니 해산물 토마토 리조또 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웠습니다. MBC 드라마 '쇼핑왕루이'의 산골소녀 고복실만큼 순수한 마음씨의 배우였습니다. 먹는 것도 어찌나 복스럽게 잘 먹던지 제가 시킨 버섯 크림 파스타도 한번 먹어보라고 권해볼 걸 그랬습니다. 아마 한입만 먹고 끝나지는 않았을 게 분명합니다.
(단골인터뷰①에서 계속)
- 이번 '쇼핑왕 루이'에서 사투리 연기를 잘했는데, 막상 고민이 많았다면서요?
"준비 시간이 촉박했어요. 캐스팅 확정되고 일주일 뒤에 대본연습이 있었는데, 일주일 사이에 선생님을 구해서 연습을 하고 가야 했어요.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다행히 선생님을 빨리 구하고 잘 가르쳐주신 덕분에 촬영할 수 있었어요."
- 일주일 만에 들어갔지만, 잘 소화하셨네요.
"근데 사실 방송 나가고 사투리 연기가 호불호 갈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역시나 갈리시더라고요. 듣기 불편하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하지만 그런 반응이 너무 당연한 거라서 각오는 하고 있었습니다."
- 댓글도 자주 보나요?
"많이 보는 스타일은 아닌데, 첫 방송은 반응을 살펴봐야 해서요. 사투리 같은 경우는 사실 저도 거짓말하는 거고 시청자 분들도 거짓말하는 걸 아시니까요. 그래도 나중에는 '복실이 말투'로 생각해 주시고 편하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산골소녀에 사투리도 심한 캐릭터라 더 과장되고 코믹하게 연기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담담하게 연기해서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코미디를 안 해야지' 이런 생각보다는 제가 애초에 코미디라고 생각 못한 것 같아요(웃음). 나중에 로맨틱 코미디라고 말해주셔서 '아,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던 거 있죠.
그리고 워낙 동화 같은 이야기라 현장에서도 정도를 잘 조절하기 위해서 감독님과 배우 분들이 정말 노력을 많이 하셨어요. 작가님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동화 같이 써주시면 저희는 어떻게 하면 현실 속 동화 같은 느낌을 낼까 고민을 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루이는 판타지적인 인물이고 복실이도 어떻게 보면 판타지스러운 부분도 있어서 너무 방방 뜨거나 그러면 현실성이 없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 서인국 씨랑 참 잘 어울렸어요.
"저도 '감독님이 인국 오빠랑 저를 붙이실 생각을 어떻게 하셨지?' 싶었어요. 쉽게 떠오르는 커플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도 걱정했어요. '내가 인국 오빠랑 붙으면 잘 맞을까' 했거든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잘 어울리더라고요, 헤헤."
- MBC '선덕여왕'도 그렇고, 아역으로 시작해서 어린 나이에 인기를 얻어서 많이 들뜰 것도 같은데 그러진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실 제가 초등학교 때 시작해서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연기를 즐기면서 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하는 게 고된 작업이고 고민이 엄청 많은 일이었어요. 그걸 벗어나 있을 때가 더 좋았거든요. 학교에 돌아가서 친구들이랑 같이 있고 공부하고 이런 게 더 행복했어요.
일을 끝내고 저로 돌아왔을 때와 일할 때의 제가 구분이 명확한 편이에요. 일할 때는 '배우 남지현', 다 마치고 학교로 가면 '학생 남지현'으로 돌아갔어요."
- 그럼 연예계 데뷔 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최근이요. 그 전에는 항상 힘들고 고되고 고민에 휩싸이면서 일했거든요. 작품 하면서 슬럼프도 많이 겪고, 스스로의 고민에 빠져있던 시기였어요. '내가 계속 연기를 해도 되나'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가족끼리 왜 이래' 때에도 과도기였다가, 그래도 지금은 굉장히 많이 회복한 상태예요.
- '가족끼리 왜 이래'로도 사랑을 많이 받지 않았나요?
"네, 근데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긴 호흡으로 하는 작품도 처음이라 적응기도 있었고요. 하지만 선생님들이 연기하시는 것 보고, 그 이후에 영화와 단막극 그리고 지금 '쇼핑왕 루이' 하면서 마음이 많이 바뀐 상태예요.
그래도 예전에 했던 고민들이 지금 생각해 보니까 맞는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고민하면서도 계속 해 온 게 잘한 것 같아요. 보통 고민이 되면 그 자리에 멈추잖아요. 그러지 않고 고민하면서도, 물론 어쩔 수 없기도 했지만 안 멈추고 쭉 해온 게 잘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쇼핑왕 루이'는 굉장히 재미있게 했어요. 여태 한 작품 중에 제일 재미있었어요."
(단골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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