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라라랜드’의 오프닝신은 압도적이다. 꽉 막힌 LA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수많은 차량이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상황.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노랑, 파랑, 초록, 핑크 등 갖가지 색상의 옷을 입은 운전자들이 도로에 나와 흥겨운 춤을 춘다. 5분간 펼쳐지는 ‘원 신 원 컷’의 놀라운 뮤지컬 댄스 장면은 유쾌하고 화려하다.
교통정체는 삶의 어느 고비에서 앞으로도 나갈 수 없고 뒤로도 물러설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은유다. 꿈은 점차 멀어져가고, 현실은 점점 혹독해져갈 때 ‘라라랜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라고 권유한다. 신나는 뮤지컬 리듬으로.
배우를 꿈꾸는 미아(엠마 스톤)는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살아간다.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이제 몰락해버린 재즈 부흥을 위해 클럽을 열 계획을 세운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꿈을 위해 서로를 도와가며 열심히 일하지만, 현실은 버겁게만 느껴진다.
‘위플래쉬’로 천재적 연출 감각을 뽐낸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라라랜드’를 통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축복의 뮤직 로맨스를 선사한다.
극중에서 재즈가 대중에게 잊혀져가는 장르이듯, 뮤지컬 역시 영화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장르다. 그는 재즈의 그루브와 뮤지컬의 흥겨움을 복원시켜 마법의 순간을 창조했다.
‘밴드웨건’(1953) ‘사랑은 비를 타고’(1952) 등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고전에 바치는 오마주부터 우디 앨런 감독의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의 형식에 이르기까지 뮤지컬의 매력이 폭죽처럼 터진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엠마 스톤이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장면을 비롯해 그리피스 공원에서 춤을 추다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 등 이 영화엔 보석같이 빛나는 명장면으로 가득하다.
LA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기는 데이트는 달콤함을, 서로의 의견 충돌로 갈등을 빚는 대목에선 씁쓸함을 전하는 이 영화는 6년간의 시간 동안 연인이 겪게되는 사랑의 모든 것을 시종 아름답고 섬세하게 담아냈다.
엠마 스톤은 실의에 빠진 모습부터 생의 환희를 느끼는 표정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내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전망을 밝혔다. 특히 그가 부르는 주제곡 ‘오디션’은 관객의 마음을 울릴 정도로 위력적이다.
라이언 고슬링 역시 뛰어난 춤 솜씨와 피아노 연주, 그리고 ‘시티 오브 스타’의 허스키한 보이스로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그는 ‘남자의 사랑법’을 제대로 구현했다.
‘라라랜드’는 포기하지 않고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가슴 벅찬 뮤지컬 로맨스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 제공 = 판씨네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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