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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어수선한 겨울인데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를 보고 관객분들의 마음이 따뜻해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난히도 춥게 느껴지는 올 겨울, 배우 김윤석이 얼어 붙은 마음을 녹이는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주로 '추격자' '타짜' '황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극비수사' '검은 사제들' 등 범죄·미스터리·스릴러물에서 활약해온 그였기에 이번 행보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멜로 드라마물.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의 베스트 셀러 소설을 전세계 최초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극 중 현재의 수현 역할을 연기했다.
특히 기욤 뮈소가 여러 나라에서 받은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영화화 제안을 뿌리치고 한국을 가장 먼저 선택한 배경에는 김윤석을 향한 팬심이 작용됐다고 알려져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윤석은 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추격자'가 칸에도 초청받고 해외에 수출돼서 영화를 본 것 같아요. 저의 팬이라는 이유가 영향을 끼친 건 2%정도 밖에 안 된다고 보고요. 홍지영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 덕분이죠. 기욤 뮈소도 영화화 된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했다고 해요. 한국의 정서에 맞게 변경된 부분들을 높이 평가했다고 합니다"라며 겸손하게 입을 열었다.
판타지물 참여가 처음은 아니지만 타입슬립 소재는 그 역시 낯설었다고 한다. 홍지영 감독의 기승전결을 갖춘 탄탄한 시나리오에 마음을 빼앗겼다. 또 기존 타임슬립 작품들과 다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간 여행 작품을 접한 건 '백 투더 퓨처', '어바웃 타임' 정도였어요. 과거의 어떤 사건을 해결한다는 건 같지만 '당신 거기 있어요'가 좋았던 건 과거의 나를 만나 대화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판타지물이라고 하면 CG를 많이 사용하는데 저희 작품은 특별한 CG 사용이 없는 것도 만족스러워요. 현실적이게 다가오는 판타지물이죠."
김윤석이 연기한 현재의 수현은 해외 의료 봉사 활동 중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하고 이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답례로 받은 10개의 알약을 복용해 30년 전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다.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한다. 이 과정에서 2인 1역 김윤석과 변요한의 티격태격 케미가 인상적이다.
"과거의 나 자신과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은 그럴만하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는 자식이 본인의 안 좋은 부분을 닮아 있는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한다고 하잖아요. 이런 맥락에서 두 사람의 사이가 좋을 수가 없는 것이죠. 현재의 수현은 과거 수현이 우유부단하고 결국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되는 걸 아니까 안쓰럽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그랬을 거예요."
수현 캐릭터로 팔색조 매력을 폭발한 김윤석. 애틋한 부성애부터 절절 순애보, 휴머니즘까지 보여줬다. 복합적인 감정을 역할에 자연스럽게 녹아냈다. 실제 자신과 닮은 구석을 얘기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수현 역할을 오히려 제 자신과 비추어 보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진짜 모습을 투영시켜 더 편하더라고요. 극 중 딸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은 저에게도 낯설지 않은 일이 거든요. 스태프들이 그 장면에서 연기를 한 게 맞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하하. 된장찌개 끓이는 건 익숙하죠. 어릴 때 부모님께서 식당을 하셔서 요리하는 게 두렵지 않고 편해요."
김윤석 역시 영화 속 수현처럼 '딸 바보'이자 가정에 충실한 가장이었다. 작품 활동에 쏟은 에너지를 가족과의 여행으로 충천한다는 그. 평소 틈이 날 때마다 아내, 두 딸과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처음엔 한 번 작품에 출연하면 장기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서 여행을 준비하게 됐어요. 여행으로 빈 시간들과 에너지를 채우는 거죠. 야외 캠핑도 하고 여행을 가면 다 같이 잠을 자고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낼 수밖에 없어요."
이어 극 중 로맨스 연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세월이 흘러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가슴 절절한 순애보를 그린 것에 대해서도 만족스러워했다.
"중년의 로맨스는 대부분 불륜 이야기잖아요. 결을 고급스럽고 힐링을 안기도록 다루기가 어렵죠. '당신 거기 있어요' 속 제 부분의 멜로는 딱 깔끔하고 담백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멜로보다는 부성애가 부각되고, 변요한이 로맨스를 책임졌기 때문에 담백하게 잘 그려진 것 같아요."
단순 로맨스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신 거기 있어요'는 수현과 연아(채서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시에 수현과 태호(안세하/김상호)의 우정, 수현과 수아 부녀의 가족애 등을 그린다.
"'당신 거기 있어요'는 로맨스만 들어있는 영화가 아니라 친구와의 우정과 부녀간의 애정도 고루 들어있어요. 어떻게 보면 나이 50이 넘은 한 남자의 인생을 통으로 돌아보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끝으로 그는 14일 개봉 예정인 '당신 거기 있어요'를 기다리고 있는 예비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이 영화를 다 본 뒤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기술 시사회에서 실제로 관계자분들이 아빠한테 전화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해요. 오히려 원작 이미지를 떠올리면 이 영화의 진가를 못 느낄 거예요. 영화를 딱 보고 나서 퍼즐 맞추듯이 조합해보면 그 재미가 더 있을 거라고 봐요."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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