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에이스라면 짊어져야 할 숙명, 역할이 있다. 위기상황에서 한 방을 터뜨리는 해결사 기질, 동료들의 경기력 향상 등 열거할 수 없이 많다.
인천 신한은행에서 이와 같이 다양한 역할을 맡아야 할 에이스는 김단비(26, 180cm)다. 뛰어난 운동신경에 공수를 겸비한 포워드로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김단비는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에서 한결 물오른 경기력을 뽐내며 신한은행의 반격을 이끌고 있다.
신기성 감독도 기대하는 바가 컸지만, 사실 신한은행과 김단비의 시즌 초반 행보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2라운드 들어 최하위로 추락,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그나마 데스티니 윌리엄스 가세 후 치른 4경기서 3승, 4위로 도약하는 등 점진적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에이스 역할을 맡는 건 이번 시즌이 처음일 텐데, 내가 시즌 초반에는 (김)단비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이 와중에 외국선수들의 경기력도 안 좋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무리한 부분도 있었다.” 신기성 감독의 말이다.
신기성 감독은 이어 “‘자신의 팀’이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한다. 팀 성적에 대한 부분은 내가 책임을 질 테니 에이스라는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주길 바란다. 단비는 2점슛이나 3점슛 성공률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록이 상위권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김단비는 13경기서 평균 35분 59초 동안 16.5득점(3위) 6.5리바운드(7위) 3.3어시스트(5위) 2.1스틸(1위) 1.4블록(3위) 공헌도 370.95점(4위) 등 다양한 항목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신기성 감독이 지적한 대로 2점슛 성공률(46.7%, 11위)과 3점슛 성공률(23.1%, 12위)은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김단비는 본래 3점슛 성공률이 높은 선수는 아니었다. 통산 3점슛 성공률(30.3%) 역시 안정적인 편은 아니다. 앞서 열거했듯 대부분의 기록에서 상위권에 올라있긴 하지만, 만능 플레이어가 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기성 감독이 아쉬워한 부분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치가 아니었다. 자신감 없는 모습이 아쉽다는 눈치다. “슛 성공률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단비가 ‘그건 어려울 것 같다’라고 했다. 최선의 노력은 하고 있지만, 자신감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신기성 감독의 말이다.
김단비 역시 시즌 개막 직후에는 짊어져야 할 역할에 대해 부담감이 컸다고 회상했다. 김단비는 “지난 시즌에도 ‘에이스’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언니들(신정자, 하은주)이 있었다. 이제는 언니들이 은퇴를 했다. 밖에서는 주장이 중심을 잡겠지만, 코트에서는 내가 잡아야 한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많이 생겼고, 아직은 나에게 버거운 짐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라고 말했다.
김단비는 이어 “팀 공격이 안 풀릴 때는 체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내가 풀어나가야 한다. 가드들도 도와줘야 한다. 선수들의 공격적인 부분을 살려주면서 내 찬스까지 봐야 하니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많았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단비는 이내 부담감을 털어내고 신한은행의 반격을 이끌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구리 KDB생명전에서는 팀 내 최다인 19득점을 올리며 신한은행의 시즌 첫 2연승을 주도하기도 했다. 3쿼터 막판 분위기를 끌어올린 돌파에 이은 추가 자유투, 4쿼터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자유투도 김단비의 몫이었다.
물론 김단비가 에이스로서 평정심을 유지한 데에는 코치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었다. 김단비는 “정선민 코치님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에이스는 득점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중요할 때 득점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1~2쿼터에 아무리 넣어도 마지막 순간에 못 넣으면 안 된다’라고 하셨다. 간결하게 공격을 하려고 한다. 다만, 전반전과 후반전에 공격의 기복이 있는 건 보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기성 감독은 올 시즌 포부가 크다. 리빌딩, 성적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목표란다. 이를 위해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가 바로 김단비다. 물론 김단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게 선결과제겠지만, 윌리엄즈 영입 후 이 부분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단비의 부담을 덜어줄 최윤아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프로 입단 후 비교적 빨리 주축멤버로 자리매김했던 김단비는 어느덧 신한은행을 대표하는 간판스타가 됐다. 이제는 에이스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언젠가 김단비가 전주원, 정선민 등 팀을 대표했던 선배들처럼 신한은행에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안길 날이 올지 궁금하다.
[김단비. 사진 = W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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