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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지난 2일 열린 영화 '커튼콜' 언론시사회 도중, 맡은 캐릭터를 소개하며 눈물을 왈칵 쏟았던 배우 박철민. 연기에 대한 갈증, 고민을 토로하는 모습에서 그가 왜 충무로 최고의 신스틸러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날 흘린 뜨거운 눈물만큼이나 연기를 향한 열정이 데뷔 3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식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가슴 뜨거운 배우 박철민을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그날 흘린 눈물은 배우의 욕심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저의 정형화된 이미지 때문에 스스로 지치기도 했고 식상해하시는 분들도 있어 그동안 가슴앓이했던 문제였어요. 갑자기 그런 감정들이 터져 눈물이 흐르는데 정말 창피했어요. 기사 사진을 보니까 눈물이 아주 과하더라고요. 울면서 떼쓰는 것처럼 말이에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박철민은 즉흥 연기의 1인자다. 출연하는 매 작품마다 맛깔나는 애드리브 대사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코믹 감초 역할 이미지로 굳어진 게 사실. 그러면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깊어만 갔다.
"악역 도전을 갈망했어요. 제 닫힌 한계를 열어 보고 싶었거든요. 저를 향한 냉정한 조언들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 영화 '약장수'에서 철중 역을,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선 이조판서 김의교 역할로 분해 강렬한 악역 캐릭터를 완성, 갈증을 해소해나갔다. 뒤늦게 악역 캐릭터에 푹 빠진 박철민이다.
"과거 '혈의 누'에서 악역을 연기했을 때만 해도 이런 감정을 못 느꼈는데 최근 두 작품에서는 훨씬 신이 났어요. 제가 정말 나쁜 사람 같고 이 역할을 연기한다는 게 너무 행복한 거예요. 물론, 시청자들은 안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악역이 더 매릭 있게 다가왔어요. 그런 역할을 연기할 때는 왠지 모를 잘할 거 같은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긴장감이나 걱정도 없고요. 앞으로도 더 많은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커튼콜' 속 철구도 코미디 성격이 강한 캐릭터이지만 그동안 맡아왔던 역할과는 달랐다. 자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더욱 애착이 갔다. 철구는 개그맨 출신의 에로 연극 제작자다. 한 때는 무대에 올랐었지만 과한 애드리브와 개그맨 출신 이미지가 강해 진지한 대사를 해도 웃어버리는 관객들의 반응에 무대울렁증을 앓게 된 인물이다. 실제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라는 박철민의 유행어가 사용되는데, 극 중에선 이 유행어 때문에 배우 인생에 있어 고통을 받는다.
"영화 홍보차 최근 예능에 출연했는데 아직도 '디질랜드',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등의 유행어를 시켜요. 이제는 보시는 분들이 너무 식상해하기도 하고 저도 그때의 그 감정이 안 나오기도 하니까 이런 고충을 철구 캐릭터에 입혀 총 정리를 해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 하지만 철구 캐릭터에 저 개인의 이미지가 섞여 몰입감을 방해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도 들었었어요. 그러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생각이 달리했어요. 제가 갖고 있는 고민과 아픔들이 분명 철구도 갖고 있는 것이고 이것들을 잘 매치시켜 만나게 하면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더불어 이번 작품은 출연진과의 팀워크가 끈끈해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남았다. 박철민, 장현성, 전무송, 유지수, 이이경, 채서진, 고보결 등의 전 출연진은 촬영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단체 연기 연습을 자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 썼다.
"최고의 하모니를 이루는 분위기 속에서 연기했어요. 영화는 가난했지만 배우들과 나눠 먹으면서 그 배고픔을 씻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대사 한 줄도 함께 연습하면서 끈끈한 공동체 느낌을 받았어요. 작품에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했던 부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화려하지 않은 B급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매일매일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봐요. TV 처음 출연했을 때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훌륭한 놈이 돼 있는 거죠. 물론, 워낙 낮은 수준에서부터 올라왔기는 했지만요. 하하. 그동안 애드리브를 정말 신나게 써왔는데 이제는 이걸 아꼈을 때, 생략했을 때 그 감동이 더 커진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관객들의 가슴을 흔드는 연기란 진정성을 담은 깊이 있는 연기라는 걸 경험하고 있어요. 다행스럽게 제가 나아져 가는 배우이기 때문에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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