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문근영, 박정민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만났다. 익숙한듯 독특한 두 사람의 케미가 완전히 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든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손에서 탄생한 이래,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오페라, 발레,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의 장르를 뛰어넘어 수없이 변용되어온 작품. 리메이크작의 수상기록이나 역사를 내세우거나 논하는 의미를 초월한 세기의 로맨스이다.
올해로 서거 400주년을 맞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다수 무대에 오른 가운데 12월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로미오와 줄리엣'은 문근영, 박정민이라는 독특한 캐스팅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충무로 신예 박정민과 18년 경력의 문근영의 이색 조합이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을 예고한 것.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다양한 장르로 대중 앞에 선보여지며 고착화된 인물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랜 시간 사랑 받아 마땅한 고전의 품격이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가 그만큼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문근영, 박정민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캐스팅만으로도 기존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기획 의도를 느끼게 했다. 연습 당시 동료 배우들 역시 문근영, 박정민의 새로움을 강조했을 정도. 문근영, 박정민은 포스터 및 각종 화보에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강조하며 전혀 다른 캐릭터를 예고했다.
무대에 오른 문근영, 박정민은 확실히 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이미지 자체는 밝고 특히 1막에서 보여지는 순수하고 가슴 벅찬 사랑은 이들의 비극을 더욱 대조적으로 그리는데 일조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미 결말이 알려진 작품이지만 이들이 그리는 뜨거운 사랑이 극 말미 보여지는 비극을 더 처절하게 만든다.
문어체 대사라 다소 낯선 면은 있다. 이에 배우들의 연기도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매체 연기에 익숙한 탓인지 기존 이미지나 목소리 등이 다소 아쉽다. 아직 농익지 않은 무대 위 감정 연기 또한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한 만큼 어떤 면에선 이들의 설익은 모습이 오히려 작품 특유의 분위기로 다가오기도 한다.
배해선의 존재감은 단연 훌륭하다. 유모 역을 맡은 그는 자연스럽고 안정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내공 있는 감정 연기는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며 익숙함에서 벗어난 작품의 독특함 속에서도 기본적인 골자를 잡아준다.
거추장스러운 것 없는 단순한 무대는 조명 효과를 통해 깔끔하게 다가온다. 관객석 전체를 활용하는 것 역시 희비극을 넘나드는 극의 완급을 조절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익숙함에서 벗어난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음이 곳곳에서 디테일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시간 140분. 문근영, 손병호, 서이숙, 배해선, 김호영, 김찬호, 이현균, 양승리, 김성철 출연. 2017년 1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사진 = 샘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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