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라라랜드’의 오프닝신은 LA고속도로의 꽉 막힌 교통체증으로 시작한다. 앞으로 나갈수도, 뒤로 물어설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인생의 어느 한 고비에서 우리는 교통체증에 걸린다. 꿈을 이루고 싶지만 능력이 부족하거나 운이 따르지 않아 스스로를 자책하며 고개를 떨군다.
‘위플래쉬’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이제는 석양 너머로 사라진 뮤지컬 장르를 부활시켜 교통체증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청춘에게 희망을 불어 넣는다(극중에서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석양이 지는 공원을 배경으로 탭댄스를 추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그는 ‘뮤지컬 마법’으로 뜨거운 날씨에 축 늘어진 운전자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차젤레 감독은 뮤지컬영화를 보며 감독의 꿈을 키웠다. 언젠가 뮤지컬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라라랜드’ 시나리오를 6년 전에 완성했다. 그러나 어떤 제작자도 뮤지컬영화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차젤레 감독이 ‘위플래쉬’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J.K. 시몬스), 편집상, 사운드믹싱상 등 3관왕에 오르자 서밋엔터테인먼트가 ‘라라랜드’의 전권을 부여했다. ‘위플래쉬’는 ‘라라랜드’를 만들기 위한 예습이었다.
그러니까 ‘라라랜드’는 뮤지컬영화로 감독의 꿈을 키웠던 차젤레 감독이 같은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 동시대 젊은 청춘들에게 비관 대신 낙관을 꿈꾸라고 권유하는 작품이다.
황혼의 언덕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가로등을 잡고 한 바퀴 도는 장면과 엠마 스톤의 탭댄스는 ‘사랑은 비를 타고’ ‘밴드 웨곤’을 연상시킨다. 경쾌한 파티 장면은 ‘쉘부르의 우산’ ‘스윙타임’을 떠올리게 한다. ‘라라랜드’엔 고전 뮤지컬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밤하늘에 축복처럼 터진다.
100여명의 댄스가 차, 트럭 등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유쾌하고 흥겹게 춤을 추며 노래하는 오프닝신은 5분 가량의 ‘원 신 원 컷(One Scene One Cut)’으로 보일 정도로 수많은 리허설을 거쳐 완성된 명장면이다(그러나 실제로는 이틀에 걸쳐 세 번의 테이크로 촬영됐다).
이때 집단 군무를 추는 인물들이 부르는 노래 제목이 ‘태양의 또 다른 날(Another Day Of Sun)’이다.
“이 언덕을 넘어 저 높은 곳에 오르리/반짝이는 빛 모두 쫓으리/때로는 넘어져도 일어나면 그만이야/아침은 다시 오니까/태양은 새로 뜨니까.”
‘태양의 또 다른 날’은 꿈을 좇다가 넘어지거나 힘이 빠진 사람들에게 바치는 응원가이다. 오디션에 100번도 넘게 떨어져 실의에 빠진 미아(엠마 스톤)와 전통 재즈의 부활을 꿈꾸지만 현실이 여의치 않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지독한 교통체증 속에서도 서로를 응원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미아가 낙담하면 세바스찬이 일으켜 세워주고, 세바스찬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미아가 꿈을 일깨워준다. 그들은 서로에게 ‘꿈과 사랑의 위플래쉬(채찍질)’였다.
차젤레 감독의 뮤지컬과 라이언 고슬링의 재즈는 각각 영화와 음악에서 전성기가 지난 장르다. 두 장르 역시 각각의 영역에서 교통체증에 걸려있다. 유행이 지났다고 해서, 장르가 갖고 있는 가슴 뛰는 본성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석양이 있으면, 일출도 있다. ‘라라랜드’는 뮤지컬과 재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차젤레 감독의 마법으로 가득하다.
태양은 언제나 새로 뜬다.
[사진 제공 = 판씨네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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