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타 구단 소속의 FA 선수를 영입하면 보상선수를 내줘야 한다. 보호할 수 있는 선수는 20명에 불과하다. 각 팀당 1군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는 선수는 총 27명. 따라서 보상선수로 지명되는 '21번째 선수'도 잘만 고르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LG 트윈스는 보상선수 영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팀 중 하나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2011년 겨울, 이택근이 FA를 선언하고 '친정' 넥센으로 컴백하자 LG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바로 군 입대 예정인 좌완 유망주 윤지웅을 보상선수로 낙점한 것이다. 당시 김기태 신임 감독 체제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2년간 활용할 수 없는 선수를 지명한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윤지웅은 2014시즌을 앞두고 LG에 합류, 1군에서 활용 가능한 중간계투로 발돋움했다. 팀의 미래를 보고 '기다림의 선택'을 한 것이 결실을 봤다.
LG의 2011년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이택근 뿐 아니라 조인성도 FA를 선언하고 SK로 이적한 것이다. LG에겐 즉시전력감의 선수가 필요했지만 이번에도 투수 유망주를 선택했다. 바로 임정우였다. 임정우의 잠재력은 마침내 꽃을 피웠다. 올해 LG의 마무리투수로 거듭나 포스트시즌 진출의 주역이 됐다.
LG는 2013시즌에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고 한 단계 전진해야 하는 시점이 되자 즉시전력감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FA 외야수 이대형이 KIA로 가자 베테랑 계투요원인 신승현을 보상선수로 지명한 것이다. 신승현은 올해 전반기 셋업맨 역할을 하며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또 한번 찾아온 선택의 순간. 바로 우규민이 FA로 삼성 유니폼을 입으면서 보상선수를 지명하게 된 것. LG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최재원을 선택했다. 최재원은 박석민이 FA로 NC행을 택하면서 삼성이 고른 보상선수였다. 그리고 1년 뒤에도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는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가 됐다.
최재원은 2013년에 프로에 데뷔한 대졸 선수. 아마도 삼성은 FA 시장에서 멀티 내야수 이원석을 영입하고 최형우의 보상선수로 유격수 자원 강한울을 선택한데다 아직 최재원의 병역이 해결되지 않았기에 보호선수로 묶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재원은 1군에서 28경기에 나선 게 전부다. 하지만 짧은 출전 속에서도 타율 .333 4홈런 16타점으로 임팩트를 남겼다. 볼넷과 삼진은 나란히 17개씩으로 같아 출루율은 .456에 이르렀다. 장타율 .519까지 합해 OPS는 .975까지 치솟았다. 표본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최재원이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은 부상이 발목을 잡은 이유가 컸다. 지난 8월 19일 수원 kt전에서 장시환의 투구에 턱 뼈가 골절되는 아찔한 순간을 맞았던 최재원은 어쩔수 없이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그의 '서울행'은 필연이었을까. 최재원은 집은 마산에 있으나 서울로 올라와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서울 연고팀인 LG로 이적하게 된 소식을 접했다. 보상선수로 LG로 이적한 것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최재원은 운동과 휴식을 병행하며 내년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풀타임으로 1군에 있는 게 목표"라는 최재원이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면 LG는 또 한번 보상선수 성공신화를 이어갈 수 있다.
▲ 역대 LG FA 보상선수 지명 결과
2000년 김상엽 (김동수 → 삼성)
2005년 안재만 (김재현 → SK)
2012년 윤지웅 (이택근 → 넥센)
2012년 나성용 (송신영 → 한화)
2012년 임정우 (조인성 → SK)
2014년 신승현 (이대형 → KIA)
2017년 최재원 (우규민 → 삼성)
[최재원.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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